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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2019년 가을의 한국

박춘호
박춘호 

[시카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01 17:06

14년 전 아시아나항공이 시카고 노선을 취항했다. 당시 시카고에서 서울까지 가는 첫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당시 아시아나항공 시카고 노선 취항을 알리는 기사의 제목이 ‘한국과의 하늘길이 하나 더 열리다’였다. 한국과 직항으로 연결되는 비행기가 추가됨에 따라 시카고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시카고 한인들에게는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행기가 취항함에 따라 반가움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2주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1년반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짙은 가을 날씨를 품고 있었다. 차를 타고 잠시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산이 있었고 산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진하게 뿌려져 있었다. 미세먼지가 심각하고들 하지만 머물렀던 기간 동안에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됐던 터라 청명한 가을 하늘이 시원함을 더했다.

여기 저기 새로 뚫린 지하철 노선을 이용해 서울 어디로든 이동하기 편했고 집앞에서 탄 버스에는 공공 와이파이에 연결할 수도 있었다. 업소를 들어갈 때마다 버튼만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려 냉난방이나 에너지절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곳곳에 있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어 시간에 상관없이 식음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 네살박이 아이는 집에 오고가며 과자나 사탕, 음료수를 구할 수 있다며 신이 났다. 편의점에서는 택배를 보낼 수도 있는데 이틀이면 전국 어디로든 물건을 보낼 수 있었다. 가격은 미국 돈으로 약 4달러.

가족들과 자정이 넘긴 시간에 드라이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옛 생각을 떠올리며 용기 라면에 삼각김밥, 볶은 김치에 음료수를 함께 먹기도 했다. 부모님 집에 설치된 베란다 유리문은 어찌나 가볍던지 손가락만으로도 열고 닫을 수가 있었다. 손잡이쪽에 자석이 붙어 있어서 조금씩 열리는 틈새도 없었다. 42년 된 시카고 집의 무거운 유리문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어느 집이나 열쇠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네 자리 코드를 입력한 뒤 출입하기 때문에 열쇠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집에서 걸어가면 5분 정도 거리엔 대형 마트가 있었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먹거리며 생활잡화를 모두 구비하고 있어 뭐만 필요하다면 찾곤 했다. 증명사진도 이 안에 있는 사진관에서 찍었고 아이들 장난감과 신발, 제주 감귤, 맥주, 음료수도 모두 여기서 샀다. 바쁜 생활에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덜어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셈이다. 차로 30분만 가면 포구가 나와서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고 오는 길에는 5일마다 서는 전통시장도 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에게는 이러한 생활의 편리함보다는 불만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녀 교육 걱정이 컸다. 강남에 사는 대학 동기는 중학교 아들 교육비로 연간 4천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지금은 연간 2천만원 정도 하는 중국의 사립 기숙사 학교로 유학을 보내 대학까지 마치기를 원한다고 했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대학 입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미 공정하지 않은 제도인데다 이마저 어떻게 바뀔지 몰라 고심하고 있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크게 갈라져 있는데 그 간극을 메워줄 중간지대가 전혀 없는 사회가 현재 한국이라고들 했다. 경제상황도 나쁘고 치고 받고 싸우느라 바쁜 정치에는 기댈 수가 없으니 뭐 하나 편안함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보낸 짧은 시간 중에 생각할 것이 많았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25일 서울과 시카고를 마지막으로 운항한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였다. 앞으로 시카고와 한국을 연결하는 하늘길이 축소된다는 데 대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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