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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사라져 가는 새들

박영혜 / 리버사이드
박영혜 / 리버사이드 

[LA중앙일보] 발행 2019/11/0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1/03 13:39

올해는 대추가 익어도 새들을 막는 그물을 치지 않았다. 새들이 거의 오지 않았다. 대추를 다 딴 날 새들이 먹을 것은 좀 남겼느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미국의 대추는 크고 껍질도 두껍다. 나는 날대추를 잘 먹지 않는다. 소화에 자신이 없다.

속알이 빨간 보석같이 예쁘고 단 석류가 갈라져 익어간다. 그 보다 새들이 더 좋아할 들깨가 익었는데도 새들의 소리가 없다. 저절로 씨가 떨어져 자란 들깨가 키 큰 석류나무 그늘 덕에 무성해, 올해는 깻잎 장아찌도 담았다. 탐스러운 들깨 송이에 참새들이 무리져 오려니 했지만 새들은 오지 않았다. 누렇게 익어 때가 지난 들깨를 모두 잘랐다.

이곳에 이사와 아침이 밝을 무렵이면 뒤뜰에서 재잘거리는 새들의 소리가 좋았다. 그런데 근 5년여 가뭄 뒤 새들의 소리가 많이 줄었다. 늦은 봄 옆집 큰 굴뚝 밑에 둥지를 짓고 알을 품는 산 비둘기를 보며 우리 부부는 고양이가 올라갈 것같아 염려했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보호해 줄만 위치도 아니었다. 암비둘기가 알을 품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며 안전하기를 바랐다.

고양이들은 밤낮으로 담과 담 위로 뒤뜰로 자유롭게 다닌다. 어느날 아침 산비둘기 둥지가 흩어져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허전하고 안쓰러웠다.

북미지역에서만 지난 반세기 사이 30억 마리의 새가 사라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특히 참새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새'가 가장 많이 줄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잠이 깨면 처음으로 듣던 소리가 참새소리였다. 이제 그런 새소리가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환경이 다시 좋아지고 자연도 아름답게 회복돼 새들이 많아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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