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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고려미술관과 돌 이야기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1/04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11/03 17:43

교토에 갈 때마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일본에 있지만 이름이 고려라고 붙은 미술관, 고려미술관입니다. 큰 곳은 아니지만 일본에 있던 중요한 한국문화재를 재일동포인 정조문(鄭詔文, 1918~1989) 선생께서 사비로 모아 미술관을 연 곳입니다. 정말 귀한 곳입니다. 오늘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하는 교수와 함께 고려미술관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 보입니다.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기에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문 안쪽으로 보이는 석탑이 빗물에 더 선명하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오늘 전시는 '돌의 문화와 조선 민화'가 주제입니다. 돌이 주제라고 하여 일단 석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만 다양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아주 많은 수가 전시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소중하고 감동적인 유물이었습니다. 미술사 전공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유물을 보고 있는데, 한 분이 들어와서 그 교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누굴까 궁금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저를 그분께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 그분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분은 고려미술관에 대표이고, 설립자의 아드님인 정희두(鄭喜斗) 선생이셨습니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정말 반가웠습니다. 인사를 나누면서 옆에 있는 유물에 대해 간단히 질문을 드렸는데, 제 질문이 흥미로우셨나 봅니다. 오늘 특별전을 직접 소개해 주시겠다고 고마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한 시간 정도를 자세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유물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제 글로는 옮기기 어려운 행복입니다.

우리 민족이 돌을 얼마나 잘 다루는 민족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청자.백자.유기.칠기의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돌을 재료로 만든 예술 작품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돌로 만든 우리나라의 좋은 작품은 헐값에 일본에 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돌로 만든 작품을 잘 조사,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에 따르면 돌을 정말 잘 다루던 사람들은 백제 사람이라고 합니다. 백제가 멸망한 이후 석공들은 신라와 고려, 조선을 이어 내려오며 천한 대접을 받았기에 지금은 명맥마저 거의 끊어진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불국사의 석가탑을 지을 때도 백제의 석공 아사달이 와서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석가탑 이야기는 '무영탑'이라는 소설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백제의 석공 기술이 좋았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전시물 중에는 석상감(石象嵌) 기술로 만든 작품이 정교함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도자기의 상감 기술과 비슷하게 돌에 다른 색의 돌가루로 글씨나 그림을 새겨놓은 것인데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그릇의 손잡이 부분이 고리 모양으로 연결된 작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당연히 돌로 만든 고리 두 개를 따로 만들어 연결해 놓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개의 큰 돌을 다듬어서 몸체와 고리가 두 개 걸린 모양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고리가 두 개 연결된 귀걸이처럼 서로 떨어져 움직이게 한 것인데, 놀라운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 설명하기는 참 어려운 감동입니다. 그 밖에도 말과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돌과는 관계없는 그림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 그림은 조선통신사의 행차를 그린 것으로 120미터에 이르는 작품입니다. 활동사진이나 기록 영화의 느낌입니다. 당시 대마도 사람들이 조선통신사를 수행하였다고 하는데 대마도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조선통신사를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이 그림 속에 세밀히 나타납니다. 조선통신사는 일본사회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교류를 담당하였습니다. 끌려간 사람을 데려오는 역할도 하였고, 반대로 일본에서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이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전쟁을 벌인 원수 사이에 이루어지는 화해를 보면서 현재의 한일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사비를 털어 일본 땅에 있는 우리 문화재 1700여 점을 모으고, 어려운 가운데 미술관을 운영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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