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호의 시사분석] 이젠 한국어로 투표한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이 연방 상원에서 부결됨에 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11월 대통령 선거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민주당 후보가 이를 막을 수 있느냐가 2020년 선거에서 중요한 포인트다.한국어 투표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때는 오는 3월 7일 예비선거 조기투표다. 이날 글렌뷰 시청에서도 조기 투표가 실시되는데 한인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도 나서 한인 유권자들을 돕게 된다. 조기투표에서는 종이 투표용지 방식이 아닌 터치 스크린에 손가락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사실 한국어 투표용지는 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시작돼 한인 커뮤니티의 지지로 실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한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 독려 활동을 펼쳐 온 KA VOICE(한인유권자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해서 쿡카운티 커미셔너들을 타켓으로 해서 한국어 투표용지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쿡카운티 14지구 스캇 브리튼 커미셔너와 15지구 케빈 모리슨 커미셔너가 한국어 투표 용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탰다.
6일 KA VOICE와 한인회가 조기 투표 독려를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커미셔너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중에서 모리슨 커미셔너가 한 말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모리슨 커미셔너에 따르면 지난 선거 당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2만4000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모리슨과 다른 후보간의 표 차이가 단 10표였다는 것이다. 선거 기록을 찾아보니 예비선거 결과 모리슨 당선자와 라비 라주 후보는 각각 1만1756표와 1만1746표로 정확히 10표차로 당락이 갈렸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역 선거에서 단 몇 표차로 당선과 낙선이 갈리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수 년 전 먼덜라인 시장 선거에 나섰던 한인 할리 김 현 레익카운티 재무관 역시 단 5표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또 후보간 정확히 같은 표를 얻어서 당락을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유권자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브리튼 커미셔너는 이날 “선거운동 당시 한인들이 찾아와 한국어 투표 용지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고 이에 동의해 당선 직후 조례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키게 됐다. 이제 한인들을 위한 한국어 투표 용지가 마련된 만큼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 이제 한인들이 직접 나설 차례다. 장래에는 한인 선출직이 더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리슨 커미셔너 역시 “이제 쿡카운티에는 6개 언어로 투표용지가 마련된다. 이번 선거 이후에는 10개 언어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한글 투표용지를 이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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