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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꽃들의 가을 마중

올해 2020년은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거의 모든 시간을 실내에서 거주하거나 아니면 뒤뜰에서의 생활이 하루의 일과가 되는듯싶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를 지낼 수있게 해 준 모든 것에 행복을 느끼는 소박한 마음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실내에 있다 보니 그동안 자세히 돌보지 않던 관엽식물과 다른 꽃들의 상태도 자세히 살피게 된다. 여러 종류의 반려 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3년 전 들여놓은 고무나무와 좀 오래된 산세비에리아 베고니아의 상태가 성장도 멈춘 채 가만히 있는 게 너무 애처롭다. 할 수 없이 견디는 우리의 일상같이 좁은 창가에서 겨우 지내는 듯하다.

좀 비실비실하면 무언가 문제인가 살펴보니 전면이 동향에서 서쪽으로 햇볕이 지나며 옆집의 벽에 가려 그나마 창문의 커튼이 가려서 겨우 2시간 정도 잠깐 절반 정도의햇빛이라도 보려고 온통 창가로 고개를 뻗고 있다. 감방에 있는 재소자들이 바깥 창문으로 잠깐의 햇볕이나 바깥 모습을 보려고 고개를 쭉 뻗어 내다보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거기에 항상 실내공기에 주변 환경은 생각지도 않고 겨우 영양제를 탄 물만 찔끔씩 주었더니...… 온도, 습도, 햇볕, 공기, 흙 등 모든 게 정상이 아니니 자라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물받침 그릇의 화분을 올려보니 물도 고여있다.

그런 주변 환경을살펴보고 나니 자세히 돌보지도 않고 성장하질 않는다고 투덜댄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 삶의 일부도 이와 같지 않을까? 다시금 지나온 생활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한다.



잠깐 지나가는 햇볕이라도 조금 더 볼까 하고 창가로 쭉 가지를 들고 있는반려 꽃들의 상태를 보니 내가 너무 무관심했었구나. 물과 영양제 한 티스푼 타서 주고는 너 왜 자라질 않냐고 째려보기만 했으니 얼마나 무지한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이전에도 이른 봄에 뒷마당에 좀 내어놓은 적이 있다. 갑자기 내어놓는 바람에 잎은 햇볕에 타고 시들고 하여 얼른 실내로 들여온 적이 있었다. 9월에 접어들면서 오랜만에 바깥온도와 실내온도가 아침저녁으로 비슷하고 화창한 날씨가 2주 연속으로 계속되면서 이번엔 실수 없이 이 아이들은 튼튼하게 강인하게 해주리라 마음먹고 밑부분 물받침 그릇에서 모두 빼내어 뒤편 왼쪽의 울타리 울창한 나무 밑의 반 그늘진 곳으로 모두 옮겨 놓았다. 그리고는 정원 호스로 시원하게 목욕시켜주었다. 물받침 그릇이 없으니고인 물도 없이 밑으로 빠지니 너무 시원한 듯하다.

다음날은 오랜만에 시원한 가을 빗줄기에 자연 목욕으로 먼지 등을 모두 씻어내니 바로 산뜻한 제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갑작스러운바깥나들이에이틀가량은 어리둥절하듯 하더니, 며칠 지나니 이제 적응된 듯 곧바로 새로운 잎이 모든 가지에서 되살아나는 모습이 너무 반갑고 신기하다. 그간 햇볕을 조금이라도 보려고 창가를 얼마나 기웃거리며 애를 태웠을까?

한 가지도 아닌 고무나무, 산세비에리아, 베고니아를 비롯해 다른 놈들도 이제야 살았다는 듯 자연의 공기, 햇볕, 습도를 머금고는 단 2주 만에 푸르고 싱싱한 제모습으로 원상 복귀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고마운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 혼란스러운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예전의 활기차고 상쾌한 모습으로 되돌아가 푸른 자연과 공기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내일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마음은 이 세상 모두가 바라는 한마음이리라.

가을을 마중 나가며 꽃들이 늘 푸른 가을 하늘처럼 다시 활기차게 일어서듯, 온 세상이 이 독한 먼지를 툭툭 힘차게 털어내고 다시 일어서기를 희망한다.


정경환 / 알파레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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