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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코로나와 우리사회

올 초 호주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톰행크스가 아마도 미국 유명 영화배우 최초로 자신과 그의 아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매스컴에 발표했다.

물론 그들은 몇주간의 격리와 치료로 완치판정을 받았는데, 그때만 해도 미국에 이렇게 많은 수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문화, 경제, 정치적 피해가 이리 클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1993년 영화 ‘필라델피아’는 헐리우드 영화계가 그동안 금기시했던 동성연애자와 백신과 치료제도 없이 그냥 죽는 수 밖에 없었던 AIDS 감염이라는 소재를 가장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반대중을 향해 과감한 선방을 날렸다.

자유와 정의, 독립같은 한마디로 미국의 정신이라 할 만한 전통이 숨쉬는 도시 ‘필라델피아’를 영화의 타이틀로 사용하고 사회의 주류가 아닌 마이너리티의 힘들지만, 찐한 인간애가 풍기는 삶을 도시의 구석구석 비추면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주인공 톰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극 중 두 인물이 필라델피아에는 아주 많이 있다는 항변처럼...

주인공은 장래가 총망되는 잘생긴 젊은 오페라에도 조예가 깊은 변호사이지만 상대편 로펌 변호사들은 수구꼴통의 꼰대라는 극단적인 인물들의 양분화와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갖지 않게 하려고 톰행크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관계를 지극히 피상적으로만 그린 점, 그리고 25년 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자식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부모의 절대적인 지지와 이해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동성연애자를 포함한 소수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너무나 앞선 설정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지금과 달리 그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해도 후천성 면역결핍증은 일종의 하늘에서 받는 천형으로 여기는 일반인들이 많았다. 정상적이지? 않은 성생활을 했으니, 그런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극단주의자들도 있었지만 수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의학적 연구 덕분에 에이즈가 수혈이나 출산시 모자감염으로도 충분히 감염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요사이는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HIV)의 효소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어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질 역시 많이 향상되었다.
알게 모르게 미국에서 지인의 지인쯤 되는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더니, 얼마 전부터는 지인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

천만다행으로 그들은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아 병원에 입원을 하는 대신 집안에서 스스로 격리 후 완치가 된 모양이다. 마스크 쓰는 행위도 자신의 자유권과 결부시켜 왠만하면 저항하던 사람들도 결국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란 것이 밀집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일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의 사람들이 더 취약한 것이 사실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도시가 록다운이 되었다고 하지만 집에서 근무를 하면서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 때문인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트레킹이나 시선은 중립적인 편이다.

아무래도 좁은 땅덩어리와 고밀도 인구군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 감당하기가 더 힘들 듯해서 그렇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전해져오는 소식들에는 개인적 프라이버시의 보호보다는 공동체의 안전에 집중해서인지 환자의 사생활및 그들이 잠시 들린 장소들마저 공개해서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있다고 한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 중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궁핌을 못견디고 자살한 경우까지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우리사회가 극도로 예민해져서 타인을 포용하지 못하는 지 알 수 있다.

병 걸린 것도 서러운데, 따돌림까지 받아서야 되겠나. 그렇게 구석으로 몰수록 사람들은 더 숨어버린다. 따뜻한 햇빛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듯, 진정한 애민정책만이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고 믿는다.


황훈정 작가, 전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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