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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편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아카데미상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방송으로 접하며 모두 뛸 듯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했으리라 생각된다. 설령 ‘기생충’을 아직 못 봤다거나, 혹은 영화를 본 후 적잖이 불편한 마음을 느꼈었더라도 한국영화 101년 역사에 얻은 금자탑들을 보며 모두들 내 일처럼 기뻤을 것이다.

십수년 전 가까운 친구 덕분에 우연치 않게 영화계 관계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그때 이미 영화관계자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했고 특히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 거의 ‘록스타’급 우상이었으며 ‘살인의 추억’과 ‘마더’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혹독하고 신랄한 비평을 싣는 것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즈에 봉준호 감독을 검색해 보면 그에 관한 심층기사가 이미 2006년부터 꽤 여럿 검색된다. 영화 비평가 필립 청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광팬을 거느린 작가주의 영화감독(Auteur)을 넘어서 최고 수준의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가까운 한인 지인들 가운데 ‘기생충’을 보고 자못 불편했던 감상평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반지하’가 상징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분명히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기에 ‘예언’과 같은 ‘파국적 결말’을 마주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못해 오싹하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의 땅’에서도 살다 보면 극복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장벽’에 맞닥뜨리는 상황을 보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시사하는 바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를 “세계적으로 다음 세대가 대면할 사회 전망이 밝지 않다”며 따라서 “(사회적 위치) 계급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특히 과거처럼 부조리에 대한 혁명과 같은 반응을 희망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오히려 혁명, 급진적 변화에 대한 요구는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부셔야 되는 대상을 특정하기가 매우 힘들고 복잡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그는 “멀쩡히 똑똑하고 건강하며 충분한 능력이 있어서 무슨 일을 맡겨도 해낼 수 있는 능력자들인데 직업이 없는 상황”과 ‘박사장 가족’을 비교하며 더이상 선과 악의 대립으로 간단하게 재단할 수 없는 ‘계층 갈등’의 미래에 대해 불안함과 낙관적이지만 않은 향후 전망에 대해 말하며 마음 아파했다. ‘기생충’의 성공이 우리 모두를 이러한 부조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예민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된 것 같아 고맙다. 봉준호 감독의 인간애에서 우러나오는 삶에 대한 예민한 감성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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