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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8분46초와 9인치의 악몽

8분 46초.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무릎에 눌려 있던 시간이다. 사건이 발생했던 미니애폴리스 헤네핀 카운티 의료 검사관의 초기 조사에서 밝혀졌다. 나중 2분 53초는 플로이드가 이미 숨져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된 폭행이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절박한 한마디를 남기고 숨졌다. 총격과 다르다. 폭행과 비교할 수도 없다. 숨 쉴 수 없는 것은 극한의 상황이다. 숨은 생명과 연결되기에 플로이드의 죽음이 남긴 고통의 무게는 크다.

시위는 정당하다. 공권력에 숨져간 수많은 흑인을 보면서 느끼는 분노, 상처, 좌절의 표출이다. 지금까지 시위를 하지 말라는 정치인은 없었다. 대규모 시위가 열렸던 뉴욕의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명백히 잘못됐지만 시정되지 않아 생긴 사태에 고통과 분노를 느낀다”며 “시위는 정당하지만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도 시위를 ‘이해할 수 있고 적절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가장 부당한 차별 중의 하나가 인종에 따른 것이다. 피부색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다. 태생적으로 부여된 인종에 대한 차별은 그래서 불합리하고 야만적이다.



미국에서 1960년대 민권법 통과로 외형상의 인종차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흑백갈등은 존재한다. 인종 문제는 아메리카의 원죄(原罪)다. 흑인 노예제라는 아픈 역사가 남긴 상흔이다. 일반적인 죄는 형기를 마치면 소멸되지만 원죄는 흑인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흑인이 겪어왔던 제도적·정서적 불평등의 전향적인 해결없이는 불가능하다.

공권력은 국가가 국민에게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미국은 인구 비율당 재소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2019년 7월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재소자 수는 618명이다. 세계 평균 15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상위 20개국 중에 선진국으로는 미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공권력이 강하고 집행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공권력은 공평해야 하고 권위는 정당한 집행에서 나온다. 플로이드를 살해한 백인 경관 데릭 쇼빈은 20년 가까운 경찰 생활 중 17차례 고소, 고발을 당했다. 과잉 진압과 용의자 가혹 행위 등이 문제가 됐지만 징계는 1차례 뿐이었다. 경찰에 대한 면책 특권 때문이다.

국가 공권력의 최종 집행자는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사태의 책임을 극좌파 폭도에게 돌리면서 군대를 동원한 초강경 진압을 지시했다. 공권력의 비행을 또 다른 공권력으로 제재하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이드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국민의 자제를 당부했다면 사태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폭동은 1968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되면서 전국에 퍼졌던 인종 폭동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여러 도시에 통행금지가 발령된 것도 그때 이후 처음이다.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지역과 인종을 초월하고 있다.

1960대 급진적인 흑인 민권운동가로 활동한 맬컴 엑스는 ‘백인은 악마’라고 했다. 그는 한 연설에서 백인은 흑인의 등에 9인치 깊이로 칼을 꽂은 후 6인치를 빼고는 그것을 ‘자비’와 ‘개선’이라 부른다고 비난했다. 그는 진정한 해결은 칼을 버리고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어떤 아메리칸 드림도 보지 못했다. 내게 보이는 것은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악몽)다.” 1964년 맬컴 엑스가 한 말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도 악몽이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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