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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대의 주인공은 차세대에게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집회가 평화시위로 안착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사실 미주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시위의 폭력사태 확산 여부였다. 자영업이 주를 이루는 생활터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에서도 지난 주말 한인들이 밀집해 사는 둘루스에서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열리자 긴장감이 높았다. 다행히도 이날 시위는 주최 측의 세심한 준비와 배려, 참가자들의 높은 질서의식 속에서 안전하고도 모범적으로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화집회에는 한인단체와 정치인, 그리고 한인 차세대들의 숨은 공로도 있었다. 한인단체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손 세정제와 스낵바를 제공했다. 행사가 끝난 후 자원봉사단은 시위 장소 일대를 청소했다. 한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동행을 지켜본 현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확실하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평화시위에 한인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각종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인 사회도 주류사회와 동참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흑인 사망사건은 한인사회에 전화위복이 됐다.

최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평화시위의 경우 한인 차세대들은 집회 분위기를 주도했다. ‘BLM(Black Lives Matter :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을 지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주민 모임’이 주최한 집회에서 한인 차세대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했다.

이는 지난 1992년 폭동을 겪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인과 흑인들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하자, 양측의 소통과 이해를 위해 나선 이들은 한인 1.5세였다. 2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LA 한인사회의 주축이 되었고, 그들의 후손들이 이번 집회의 모범사례를 주도했다. 세월이 쌓은 연륜이다.

애틀랜타 인종차별 항의 집회에서도 차세대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이날 시위대와 함께 걸으며 투표 참여 목소리를 높였다. 귀넷 카운티 커미셔너 위원회 정무보좌관인 사라 박과 조지아 한인 도매인 협회 회장인 라이언 김도 시위현장에서 뒷바라지하며 자원봉사를 했다. 그 밖에 적지 않은 한인 1.5세대와 2세들이 집회에 참석해 인종차별에 항의했다.

그럼에도 둘루스 평화시위의 압권은 아이러니하게도 LA 폭동 당시 직접 피해를 입은 한인 박상수 씨의 연설이었다. 이날 참가자들 가운데 가장 고령인 그는 지팡이를 짚고 시위에 참가해 더 이상의 폭력시위는 없어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으나 아직도 이민 1세대가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차세대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자발적 참여가 1세대의 그늘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차세대 육성을 수없이 외쳤지만, 아직 뚜렷하게 가시화하지 못한 탓이다.

한인사회가 노령화되어 상대적으로 어리게(?) 취급을 받는 불이익도 받고 있으나, 한인 2세들의 장점은 많다. 우선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해 이중 언어 구사가 가능하다. 또한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 문화를 잘 이해한다. 미국인 친구도 많다.

최근 주류사회로 진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이민사회에서 이들은 ‘소통의 창’ 역할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차세대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조지아주 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홍수정 변호사가 한인사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범 한인사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8년 민주당 결선투표에서 아깝게 낙선의 고배를 마신 데이비드 김도 꿈을 버리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한인사회는 불우이웃돕기에 감동적으로 나섰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됐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그 여력을 차세대 육성에 쏟아보자. 한인 차세대엔 숨은 보석들이 많다.

서운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1세대들은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꽃보다 할배’라지만 장강의 뒷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이제는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 차세대들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자 역할을 하는 게 마땅하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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