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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꽃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사회격리가 법적으로 시행되자, 우리 부부는 집 주위에 공원을 자주 걷는다. 처음에는 주위의 공원을 찾아다니며 걷다가, 자연스럽게 자주 가게 된 공원이 맥다니엘 공원이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것이 이유가 되겠지만, 봄꽃들이 많이 피어있는 꽃길, 봄바람에 전해오는 꽃향기 때문이다.

공원 걸을 때, 습관처럼 내가 앞서 걷고 몇 걸음 뒤에 아내가 따라 걷는다. 아주 진한 향기에 얼굴을 들어 어디서 향기가 나는지 두리번거리니 길가 넝쿨에 하얗고 노란 인동 꽃들이 이국 타향에서 만난 어릴 때 친구같이 반갑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인동 꽃을 따서 꼭지를 빨면 꿀맛이 싱그럽던 기억 때문에 꽃을 보면 더 정다운지도 모른다. 허니-꿀, 썩클-빨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은 ‘허니써클’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토끼풀로 덮여 푹신한 풀길 위를 걷다가 향기로운 꽃향기에 눈을 들어 살펴보니 길가로 하얀 구름 같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보인다.

“이 꽃 이름이 뭘까? 꼭 싸리 꽃 같은데, 나무줄기가 싸리나무는 아니고?”
“싸리 꽃은 아닌 거 같아. 하지만 향기는 진하네!”


마침 “뷰티풀 모닝” 인사를 하는 미국인이 지나가기에 혹시 이 꽃 이름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두 손바닥을 몸 옆으로 벌리며 웃는다.
“야, 여기 개미딸기 봐!”
길가 풀 속 땅바닥에 도토리 모양의 빨간 딸기가 넷 보인다.
“아, 저거 어려서 따먹던 생각이 나네.”
“오월에 개미딸기가 익는 줄을 몰랐는데.”

옛날 시골 산과 들에서 따먹던 딸기 중에는 산딸기와 멍덕딸기, 그리고 개미딸기가 생각난다. 개미딸기는 땅바닥을 기는 풀에서 자라고, 다른 딸기는 가시넝쿨에서 자랐다.

요즘 시장에서 사먹는 딸기는 아마도 개미딸기를 개종하여 농장에서 길러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또 강한 꽃향기가 느껴진다. 어디서 향기가 날까 주위를 살핀다.

“와, 이 산딸기 꽃을 봐!”
“이거 찔레꽃 아냐?”
“아 여기 찔레꽃도 있네.”
“그거 그게 아냐?”
“꽃은 비슷하지만 찔레 넝쿨은 키가 큰 것도 있고 빨간 열매가 열리지만 산딸기는 키가 작고, 빨간 산딸기가 열리지.”
“둘 다 가시가 있는 넝쿨이고 하얀 꽃들은 비슷하네.” 우리 둘은 산딸기 꽃과 찔레 꽃향기에기분 좋게흙길을 걸었다.
“나와 함께 꽃길만 걷자던 너의 얘기에/ 웃으면서 걷는 그 길 너무나 설레어/ 나와 함께 꽃길만 걷고 싶단 너에게/ 약속할게 함께 걷자” 꽃길이란 노래 가사도 있다.

“꽃길만 걸으세요”하고 사람들은 축복의 인사말을 나눈다. 꽃길만 걷는 인생, 무척 낭만적이고 복 받은 사람만이 걷는 길 같다. 5월의 맑은 아침, 풀과 나무들의 새잎들이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의장대처럼 꽃들이 피어 진열한 길가를 걸으며, 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꽃향기에 기분 좋아 뒤돌아보니 걸어서 몸이 더워진 아내의 얼굴이 꽃처럼 건강하게 보인다. 우리야말로꽃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감정이 싱긋 웃음으로 표현된다.

집에 와서 공원에서 본 싸리 꽃 같은 꽃 이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꽃 이미지가 같은 것 중에 조팝나무 꽃이 있다. 한국에도 공원, 고속도로 주변에 봄이면 흰 구름처럼 피는 꽃, 좁쌀을 튀긴 것처럼 자잘한 꽃들이 다닥다닥 가지에 붙은 꽃, 오염에 강하고 약용으로도 쓰이며, 번식이 잘되는 식물. 공원의 그 꽃들이 어쩌면 조팝나무 꽃 중에 한 변종일 수도 있겠다.

둘루스에 산 지가 몇 년이 지났고 이웃 공원을 여러 번 걸었어도 올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5월 꽃길을 많이 걷는다. 공원에 그렇게 많은 꽃이 피는지 처음 경험했다. 집콕 때문에 가정불화와 폭력이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는데, 아내의 말이 평상시보다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꽃길을 자주 걸어서 그럴까?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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