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손

손을 가만히 쳐다본다. 손금을 들여다본다. 생명 줄은 긴 편이고, 돈복은 없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세심히 살핀다. 손가락 마디마디 움직여 본다. 오른손 엄지에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화가 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신호일 뿐인데 인정하기가 싫어져서 그렇다. 부러졌던 왼손 새끼손가락도 이제는 제법 튼튼하다. 다행이다. 우리 몸이 참 신비하다. 부러진 뼈 사이로 끈끈한 물질이 나와서 뼈마디를 이어준다고 하지 않던가.

손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식사도 하고 글도 쓰고 청소도 한다. 일상의 거의 모든 일이 손으로 이루어진다. 마더 테레사가 영국 런던 지하철 타는 입구에서 구걸하는 노인네를 만난다. 일정이 바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지고 있는 동전을 거지의 두 손에 쥐여주었다. 한동안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던 노인은 그렇게 말하였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져본 사람의 손이던가?” 동정의 금전보다 더 절실하고 그리웠던 것은 사람의 온기였다. 나와 타인을 연결해주는 일도 손이 한다. 추운 날 놀다 돌아온 손을 잡아주던 어머니의 손길도 그리움의 대상이다. 미사 중 평화의 기도를 드리며 마주 잡던 교우들의 온기도 그립다.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을 전달하던 악수. 그 흔하게 행하던 행동의 기억도 가물거린다. 나에게 소중하고 유용한 손이 세균을 옮기는 매개체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손으로 무심코 만지는 눈, 코, 입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비누로 거품을 낸다.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전염병의 확산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은 악수하지 못할 것 같다. 어색할 것이다.

아무런 의미 없이 지나치던 지극히 평범한 일상. 이제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많은 것들이 소중해졌다. 지금 심각한 범죄가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것도 손이 하는 일이다. 글의 힘이 잘못 악용되면 범죄가 된다. 남을 상처 주기 위한 글. 남을 위한 배려나 생각 없이 쓰는 글들이 악한 마음을 담았다면 그런 손짓을 멈추자. 병원에서 봉사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치는 손들. 간호사나 의사에게 편지를 써서 고마움을 전달하는 아이들의 고귀한 손. 그리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숭고한 손놀림. 그리고 지금도 어둠 속에서 사람의 인성을 파괴하는 사악한 글을 올리는 흉측한 손. 갑자기 버저 소리가 들린다.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쓴 채로 층계를 내려가 보니 저 멀리 가던 우체부가 손을 흔든다. 정부가 발급한 부양책 수표라며 소리친다. 반가운 마음이 나도 손을 흔든다. 집으로 들어온 후 다시 손을 씻는다. 차를 끓이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찻잔을 감싸 쥐니 따스한 온기가 올라온다. 손을 통해 올라오는 열기가 마음을 달래준다. 손으로 정을 느끼고 손으로 일상을 지키며 손으로 인사를 한다. 얼마나 소중한 몸의 일부인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손이 부지런해야 한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선한 생각이나 영감을 적어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공덕을 쌓아도 공덕을 쌓았다는 생각이 남아 있으면 그것은 위선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시한다. 나의 가벼운 글 쓰는 손짓이 누구에게는 포근한 위로였음 좋겠다. 잘 견뎌낸 우리 모두에게 두 손을 부딪쳐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




고성순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