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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새벽 1시 반에 걸려온 전화

“국장님 아무리 안내 동영상을 보고 직접 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저희는 영어도, 컴퓨터도 못하고 도와줄 자식도 없고 눈앞이 캄캄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새벽 1시 반, 깜짝 놀라 받은 전화에서 들려온 어르신의 목소리였다. 엉겁결에 “선생님 지금 새벽 1시 반인데요” 하다가 이내 눈물 섞인 목소리를 듣고 “네. 도와드릴게요”라고 했다.

실업수당을 신청하려고 애를 쓰다 몇시인지 가늠도 못 하신 채 전화를 거신 듯했다. 민권센터가 코로나바이러스 긴급 대응 핫라인을 연지 한 달 보름이 넘었다. 하루 평균 50여 통, 모두 2300통이 넘는 전화 문의에 응답하고, 400명에 달하는 분들에게 문자로 여러 차례 안내를 했다. 영어와 컴퓨터가 힘들어 당장 생계가 달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머리로만 알았지 가슴으로 느낀 건 ‘핫라인’ 덕분이었다. 민권센터가 만든 실업수당 신청 안내 동영상 4개의 조회 수는 3만 회를 훌쩍 넘어섰다. 이 또한 미리 내다볼 수 없었던 결과였다. 끽해야 몇 천정도 될 줄 알았다.

새벽에 전화를 주신 어르신은 “핫라인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전화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씀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가 아프신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실업수당 얘기였다. “미안하다”고 내일 전화하겠다는 어르신을 붙잡아 얘기를 듣고, 연락을 다시 드리기로 한 뒤 ‘핫라인’의 뜻을 다시 생각했다.



마침 이날 저녁 반복되는 질문을 하시는 한 분에게 좀 너무하다 싶어 짜증을 낸 뒤였다. ‘핫라인’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하루하루 생존이 걸린 분들에게 짜증을 내다니. 30여 년 전 처음 이 길에 들어섰을 때 되뇌던 말이 있었다. “봉사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하면서 보람을 먹고 사는 일이다.” 누구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삐뚤어진다. 짜증도 잘나고, 바로 피곤해지고, 도대체 왜 이러고 사나 싶어진다.

바이러스 사태가 이렇게 30여 년 전 젊었을 때의 ‘처음’을 되돌이켜 보게 한다. 돈 한 푼 받지 않으면서도 밤낮없이 일하던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뭐가 뭔지 모르면서 이리저리 뛰던 그때와는 달리 앞가림도 하고, 가닥도 잡고, 나름대로 발도 넓고, 아는 것도 꽤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 첫발을 디뎠을 때의 벅차오르는 가슴이 없어졌다면 헛걸음질이나 하기 마련이다. 얄팍한 지혜보다 더 깊은 게 뜨거운 가슴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액션이 뭐냐고 물었을 때 ‘케어’,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돌보지 않으면 헛된 짓이다. 새벽 1시 반에 전화를 걸어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신 어르신께 고맙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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