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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민들레 나물의 매력 속으로

빵을 만들까 싶어서 이스트를 사려니까 품절이다. 가능한 곳을 다 알아봐도 이스트는 그림자조차 없다. 그것은 많은 사람이 집에서 빵을 굽는다는 얘기다. 나만 해도 그동안 호박 빵이며, 바나나 빵, 찹쌀떡 빵을 구웠고, 요즘은 카스텔라에 꽂혀 벌써 세 번이나 구웠다.

콩나물은 벌써 세 번째 기른다. 서양 그로서리에 없는 물품 중의 하나가 콩나물이다. 그래서 몬태나에 오면 늘 콩나물을 기르는데, 벌써 세 번째 콩나물이 자라고 있다. 집에서 키운 콩나물은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몸통은 더 가늘지만, 콩나물만의 콩 향기, 그 맛이 얼마나 콩나물다운지 별다른 양념 없이 무쳐 놔도 구수하기만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기 몬태나는 기온이 낮아서 아직도 기르려면 2주 넘게 걸리는 점이다. 여름 아주 더울 때나 일주일 만에 먹을 수 있다.

요즘 내 기호식품의 뉴스타가 탄생했다. 바로 민들레다. 서울서 자란 나는 민들레 나물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가 민들레 나물이 그렇게 몸에 좋고, 뿌리는 말려서 차로 마시면 좋다고 알려주었다. 민들레라면 막내네 집 마당이 완전 민들레밭이다. 제초제를 주지 않아 잔디는 보이지 않고 앞뒤 마당이 민들레 동산이다.

궁금한 김에 민들레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유럽에선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되며 프랑스에선 이뇨제로 쓰인다고 한다. 민들레의 쓴맛은 강장제로 회복 중인 환자들의 식욕을 자극해주고, 담즙을 생성시켜 변비와 위장장애를 완화해준다. 또한 몸의 독소들을 제거해서 간염과 황달, 암과 간 종양 치료에 사용되며 혈액을 깨끗하게 해준다. 탈모나 습진, 피부질환은 물론 빈혈에도 효과가 탁월하며 야맹증 등의 눈 건강, 치질 같은 말초 순환기 문제도 완화해준다고 하니 우와! 이건 뭐 만병통치약이다.



확인을 끝낸 나는 호기롭게 호미를 들고 나가 민들레를 뿌리까지 캐기 시작했다. 그런데 민들레 캐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다년생이라 뿌리가 무척 깊다. 길고 뾰족한 호미를 땅속 깊이 집어넣어 뿌리를 찾아가야 한다. 호미를 손바닥으로 힘을 주어 밀어 넣느라 손바닥에 총상처럼 빨간 상처가 생겼다. 그렇게 어렵사리 뽑은 민들레를 데쳐서 된장에 무쳤다. 맛이 무척 궁금했는데, 입 안에 넣자 은근히 끌어들이며 추파를 던지는 여인의 매력이랄까. 덤덤한듯하면서도 약간 씁쓸함이 아우라처럼 계속 젓가락질을 부추긴다. 살짝 데쳐서 물에 담가 놓으면 쓴맛이 빠지니 조리하기도 쉽다. 고추장 넣고 밥을 비비면 맛이 더 업그레이드된다. 여기는 산이나 들이나 온통 잔디뿐이고, 잡초라고 해야 민들레 정도다. 뉴욕의 산처럼 이런저런 다양한 산나물이 전혀 없다. 알아보니 소나무 산에는 나물이 자라지 않는단다.

막내네 텃밭에선 이제야 부추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며칠 전엔 오래전부터 올라와 키가 큰 차이브를 잘라다가 배춧국에 듬뿍 넣어 국도 끓이고, 호박과 함께 썰어 전도 부쳐 먹었다. 일주일 전엔 아루굴라와 상추씨를 뿌렸다. 날씨가 춥고 눈이 오다 비가 오다 해서 얼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집에만 박혀 있는 시간이 무미한 것 같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렇게 우리를 슬그머니 과거의 관습으로 회귀시켜가고 있다. 진짜 신기한 것은 그런 소소한 변화들이 마음에 평화를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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