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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적 거리두기’ 필요한 때다

재외선거를 위한 유권자 등록까지 해 놓고 정작 투표를 못하게 된 것은 낭패스러운 일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덕 본 일도 없지는 않았다.

한국의 총선거나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면 으레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이곳에 찾아와 자기 당을 지지해 달라며 떠들썩하게 강연회를 하곤 했었다. 그럴 때면 또 몇몇 열성 지지자들은 상대방 진영의 강연회에 몰려가 시끄럽게 훼방 놓고 다니는 일도 다반사였다. 올해는 그런 일들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잘 한일이다. 한국의 군사정권 시절, 국내에서는 입과 귀를 봉하고 살도록 강요받았기에 부득이 해외의 한인사회가 국내 동포를 대신해 투쟁해 왔지만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더구나 2012년 2월 29일에 개정된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고 국외 선거사범에 대해서 내국인은 여권발급을 제한하며 외국인은 입국제한을 하는 벌칙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번 4.15 한국총선의 특징은 해방 이후 지속돼온 반공 보수 기득권층이 물러나고 진보 민주 진영이 처음으로 한국 정치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보수정당 스스로 보수의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국민의 마음과 동떨어져 분열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인사회에는 세월의 변화와 무관하게 노년 보수층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유권자의 이념 지형이 바뀌면서 이제는 여기에서도 더 이상 진보와 보수의 대결은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앞으로 해외 동포들은 진보든 보수든 국내 정치에 관심 갖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융성과 한민족의 통합 같은 거시적인 담론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면서 한인사회가 ‘한국 정치와의 거리두기’라는 소득을 얻었다면 그것은 예기치 못한 뉴노멀의 풍경이다.

한인사회가 맞닥뜨린 또 하나의 ‘정치적 거리두기’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서구문명과 선진국의 총체적 파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는 난맥상을 보면서 여기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지도자인 게 맞는가 하는 절망감이 들곤 했다. 초기에 늑장 대응으로 엄청난 인명피해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자를 양산한 것도 모자라 모든 걸 정치적 잣대로만 들이대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를 포용하며 선도해나가던 미국의 자부심을 포기했다면 안으로 국내 단합이라도 이끌어냈어야 했다. 봉쇄 완화를 둘러싸고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행정명령을 내리면 공화당 출신 시장과 정치인들은 반대의 시위나 부추기고….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도구를 공수해오면서 연방정부가 가로채 갈까봐 주 방위군을 동원했었다는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남군과 북군이 대치하던 남북전쟁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국민의 보건도, 외교도 진정성이라고는 없이 경솔하게 처리하는 동안 국민들은 그런 정부와 ‘정치적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빛바랜 고전이긴 하나 논어 제14 장 헌문편에 보면 지도자는 모름지기 ‘입은 무겁게 몸은 민첩하게 해야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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