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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육식은 비윤리적인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한때 채식을 잠시 시도한 적도 있다. 개고기는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 같고, 채식은 다시 시도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해서나 채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도 모두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 말을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달리 표현할 수도 있다. 개를 포함하여 다른 동물을 먹지 않는 것은 윤리적인 일인가, 아니면 단순히 심미적인 문제인가?

우리 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고, 그 먹이의 대부분은 다른 생명으로부터 온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육류를 야채보다 맛있다고 느끼는데, 이건 우리 뇌에 새겨진 본능 같다. 더 열량이 높은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도록, 먹을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도록 진화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다른 생명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대부분 불편하게 받아들인다. 이 역시 본능이라고 본다. 도살과 정육 과정은 직접 보기에 불쾌한 일로, 식탁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모든 문명사회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을 먹는 일과 식물을 먹는 일을 구별한다. 왜냐하면 우리 눈에 식물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나 척추동물보다 고통을 덜 느낄 거라고 유추한다. 무척추동물은 얼굴이 없거나, 얼굴에 표정이 없어서 그들의 고통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언할 순 없다. 동물학자들은 두족류의 지능이 아주 높다고 말한다. 문어의 지능은 강아지와 비슷한 정도라고 한다. 문어는 도구를 이용하고, 사람을 알아보며, 심지어 놀이도 즐긴다.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혹시 식물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신경계가 있어서 뿌리가 뽑힐 때 자기들 나름대로 비명을 지르는 것 아닐까?

한편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은 온갖 역설과 비일관성에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이 없을 때도 육식 동물은 다른 동물을 이빨·발톱·부리·독으로 잔인하게 죽인다. 그건 괜찮은가? 문어는 다른 문어를 잡아먹는다. 사람한테 먹히는 것과 다른 문어한테 먹히는 것은 문어 입장에서 다른가? 파리·모기·바퀴벌레·시궁쥐는 어떻게 대해야 하나? 인간이 동물의 고통에 슬퍼하는 것은 사실 공감 능력의 부작용이거나 과도한 의인화 아닐까?

어떤 이들은 우리가 육식을 삼가야 하는 이유가 동물의 고통과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기실 다른 인간에 대한 의무라는 것이다. 고기 1㎏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토지에서 10배가 넘는 콩을 수확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육식을 멀리하면 굶주리는 이들에게 식량이 더 많이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 논리의 연장 선상에서, 기왕 육식을 할 거라면 넓은 땅을 쓰고 효율이 떨어지는 방목보다는 공장식 축산을 지지해야 하는 걸까?

다양한 비판적 질문에 대해 마음으로는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어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동물과 사람의 적당한 관계는 뭘까? 고등동물과 ‘하등한 동물’ 사이에 선을 그어야 할까? 동물들은 ‘해방’되어야 할 존재일까? 아니면 이는 실은 모두 우리 마음의 위안에 관한 문제일까?

여기서 다시 확실한 명제로 돌아온다. 첫째, 어떤 일이 도덕적으로 옳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 그 일을 한다는 이유로 도덕적 우월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개고기를 먹는 이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나의 불쾌함·불편함, 혹은 금욕에 대한 은밀한 열망을 섣불리 도덕과 연결시켜서도 안 된다. ‘많은 사람이 불편해한다면 잘못된 일’이라는 주장은 인터넷 시대의 질병이다. 성 소수자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나.

우리는 모호한 정서적 반응이 아니라 단단한 이성과 논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윤리를 쌓아야 한다. 건강한 논쟁을 통해 그 답을 찾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윤리적 과업이라 생각한다. 동물권 이슈뿐 아니다.


장강명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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