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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세종께서 태어난 곳

세종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은 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종이 태어날 때 아버지 태종은 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태종은 아시다시피 형제들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겪고 왕이 됩니다. 태조 이성계에게 처음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왕이라면 탄신지를 찾을 필요가 없겠지만 세종의 경우에는 탄신지를 따로 찾아 기릴 필요가 있는 겁니다.

세종도 원래 왕이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세자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세종에게도, 우리에게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이 되려하지 않았기에 더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왕으로 키워지지 않았기에 좋아하는 공부를 실컷 할 수 있었고, 그러한 바탕이 후에 성군(聖君)이 되고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힘이 되었을 겁니다. 언어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을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꼭 장자(長子)가 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 왕 중에는 태종이나 세종처럼 장자가 아니었던 왕이 많습니다. 그 중에 훌륭히 왕의 역할을 수행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세종이 태어난 곳을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지만 통인동이 세종의 탄신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마을입니다. 지금은 서촌이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관광객도 아주 많습니다. 통인시장도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서촌에 있는 많은 가게에 한글 이름과 한글 글씨가 예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종께서 보시면 흐뭇한 미소를 띠지 않을까 합니다.

통인시장 근처에 가 보면 세종대왕 탄신지를 알리는 표식이 있습니다. 왠지 초라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대단한 조형물이 있어야 세종께서 기뻐하실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곳이 세종대왕과 관계가 있는 곳이라는 점을 잘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탄신지 표식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근처를 세종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종의 느낌이 나지는 않습니다. 세종께서 보시면 즐거울 공간으로 채워지면 어떨까요? 어떻게 하면 세종대왕께서 좋아하실 공간이 되고, 우리도 한글을 기억하는 공간이 될까요? 외국인도 한글문화를 보기 위해서 들르고 싶은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한글과 관련된 디자인을 하는 곳이 많으면 어떨까요? 한글이 담긴 수많은 물건의 개발이 가능할 겁니다. 작은 한글 장식품도 가능하겠죠. 이미 만들어진 한글 디자인도 많으니, 이곳에서 한글 꽃을 피우면 좋겠습니다. 한글 옷을 디자인하고, 한글 옷을 팔고, 한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곳이면 어떨까요? 지금도 다른 곳에 비해서는 한글 간판이 많습니다만, 한글의 다양한 서체로 간판이나 길거리를 꾸미면 어떨까요? 인위적인 기념물보다 자연스럽게 한글을 사랑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으면 좋겠습니다. 한글사랑이 넘치는 세종마을을 기대합니다.

한편 세종마을에 깊은 관심을 보이시던 시사일본어사의 엄호열 대표님이 생각납니다. 제 글을 좋아하셔서 여러 번 뵈었는데 그때마다 한글과 세종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이셨습니다. 한글파크라는 한국어 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관련이 있었을 겁니다. 엄 대표께서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지만 세종마을 만들기에 대한 엄 대표님의 뜻은 잘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세종마을이 한글마을이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인 이유는 세종을 우리민족의 스승이라 생각하여 세종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에 세종의 탄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았으면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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