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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나를 증언대에 세워라"

증언대에 그가 섰다.

"진실, 있는 그대로의 진실, 오직 진실만을 말하겠습니까?(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

선서문은 반복적이고 명료하다. 거짓을 말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실조차 악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설사 실제 발생한 일(사실)만 증언한다 해도 '숨김과 보탬'만으로도 진실을 가릴 수 있어서다.

이제 지켜보는 이들은 증인의 입만 주목한다. 해야만 하는 말들은 부정이거나 모르거나 긍정이다. 답변의 선택은 한사람의 결정이나 증언의 결과는 모두의 책임이고 의무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묘한 시점에 한국에서 10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사람이 있다. 김경준이다. 그의 이름앞에는 항상 'BBK 사건'이 붙는다. 2001년 발생한 사건은 주가조작이라는 성격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루 의혹 때문에 정치적 파장을 담고 있다.

본지는 그가 LA로 돌아온 지 2주 만인 지난 4월초에 만나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주 한차례 그의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23일자에 7회째 기사가 나갔다.

기사 연재를 두고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게재 시점이다. 그와 처음 만난 4월은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이었다. 대선 이후에 기사를 내보자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그는 반대했다. 본인의 이야기를 언론과 정치간의 상관 관계로 재단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그의 의견을 수용했다. 10년간 한국 교도소에서 독방생활을 한 그가 이제는 할 수 있는 말을 '게재 시기'로 막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과거의 진실을 알고 있는 미래의 증인이다.

그는 지금까지 본지 지면을 증언대 삼아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10차례 만남의 녹취록은 17시간 분량이다. 그는 18년전인 1999년 당시의 한국으로 돌아가 BBK사건 관련 인물들을 본지의 지면 위로 다시 불러올려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김승유 전 하나은행 행장, 2007년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당시 BBK 사건을 수사한 김기동 검사 등을 향해 말의 칼을 겨누고 있다.

그의 말은 그의 입장에서 나온다. 사실이라해도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와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이야기속에서 개인의 억울함보다는 조직적인 문제가 도드라진다. 차기 권력자와 그 밑에서 일할 권력자와 또 그 밑에서 일할 권력자들의 암묵적 밀약이다.

그는 첫 만남에서부터 '야당도 여당도 대한국민 모두 날 욕하고 비난한다'고 했다. 또 '언론도 믿지 않는다'했다. 10년간 수감생활에서 이용만 당한 불신이 낳은 부작용이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과 그 밑의 권력자들의 잘못을 알고 싶다면 나를 증언대에 세워라"라고 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특정 언론이나 특정 정당 정치인에게만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로선 그가 증언할 BBK 청문회가 열릴지조차 알 수 없고, 설사 열린다 해도 그는 출석할 수 없다. 추방된 외국인은 5년간 한국에 재입국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증언대를 만들었다. 10년전 그가 수감되기 전에는 없었던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했다. 지난 16일부터 거의 매일 수차례의 글과 서류를 올려 폭로하고 있다.

이제 지켜보는 이들은 그의 입만 볼 수밖에 없다.

김경준은 증언대에 섰다.


정구현 기획취재부장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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