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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혼밥'의 美醜

'거미줄' 인간 관계에 지친 자들의
오롯이 나만의 세상일까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사회 부적응' 현상일까

혼자서 밥을 먹는 모습은 아름다운가(美), 추한가(醜).

'관태기'에 접어든 젊은 층의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일까?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사회 부적응' 현상일까?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를 섞은 신조어로 타인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데에 권태를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혼밥이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네덜란드 한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혼밥 그 자체보다는 식사 중 받는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식사 도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혈당이 높아도 허기를 느끼고 밥을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에 따라 폭식이 유발돼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최근 불어 닥친 혼밥 열풍은 여럿이서 밥을 먹는 행위 자체가 젊은 층에게 '스트레스'로 여겨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혼밥족'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도 사회적 관계 맺기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LA한인타운 한 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23)는 혼자 밥 먹기를 즐기는 혼밥족이다. 김씨는 "근무 시간 중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점심 시간인데 그때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게 힘들다"며 "소모적인 대화와 감정을 주고 받으면서 관계를 쌓는 게 솔직히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혼자 생각하거나, 짧은 글 하나를 읽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혼밥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메리칸 타임 유즈 서베이(American Time Use Survey)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960년대 대비 1990년대 미국의 혼밥족은 3배 이상 늘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전체 식사 중 절반 가까이가 혼밥족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조사 대상 가운데 60% 이상이 정기적으로 혼밥을 한다고 응답했다. 보통 타인과 어울려 먹는 점심에서도 45% 이상이 혼밥으로 드러났다. 직업이 있는 미국인의 경우, 점심에 책상에서 혼밥을 하거나 아예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은 65%까지 치솟는다.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혼술(혼자 먹는 술)은 혼밥의 '개인시간 확보'라는 측면을 더욱 강하게 부각한다. 한 달에 1~2회 혼술을 즐긴다는 최모(48)씨는 "40~50대가 되면 직장·가정 등 소속 집단에서 겪는 관계가 지겹고 싫증이 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평상시에는 이사람 저사람에게 치여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는데, 혼밥이나 혼술을 하다 보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혼밥'이 개인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연세대 의대 김태현 교수팀이 성인 41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혼자 저녁을 먹는 사람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최대 2.4배까지 높았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사회적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경우, 그 수치는 더 높아진다.

최근 식사 시간을 넘겨 홀로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는 김모씨(55)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밥은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 게 좋긴 하다. 혼밥은 식사라기보다는 그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라며 "하지만 나하고는 관계없는 쓸 데 없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고, 일정부분 맞장구를 치는 것에 질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혼밥을 하더라도 균형잡힌 식단을 통해 최소 20분 이상 식사를 해야하는 게 중요하다"며 "TV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금하고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신의 오늘 점심은?


김지윤 인턴기자 kim.jiyoon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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