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Clear
68.9°

2018.11.16(FRI)

Follow Us

[기자의 눈] 100세 시대 애물단지 상조회

김형재 / 사회부 차장
김형재 / 사회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3/2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3/20 19:51

"기자양반 생각은 어때요. 제가 상조금을 계속 내는 게 좋겠어요. 아니면 그만 끊는 것이 좋겠어요?"

올해 87세라는 노신사는 한참 어린 기자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상조회 조언을 진지하게 구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진퇴양난. 노신사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노신사는 20년 넘게 낸 상조회 납부금이 1만 달러가 넘었다며 탈퇴 여부를 고민했다. "내가 아직 건강해서…"가 이유다. 자신의 장례식 때 받기로 한 계약금 1만 달러를 이미 다 냈다. 1년 더 살수록 700여 달러씩 상조회 납부금을 더 내고 있다. 지금 탈퇴하면 그동안 낸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해 포기할 수도 없다.

자신이 죽을 시기와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묻는 노신사께 감히 드릴 말씀이 없었다. "지금까지 내신 게 아까우니 1~2년 더 내보시고 결정하시면 어떨까요"라고 궁색하게 둘러댔다.

고령화시대 상조회 시리즈 보도가 나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이 전화를 줬다.

88세와 92세 부모를 둔 한 자녀는 난처한 상황을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아직도 정정하세요. 두 분이 자식들 부담 안 준다고 상조회 상품 두 개씩 들었다니까요. 그동안 낸 돈만 8만 달러가 넘어요. 해약 시 환불도 없으니 환장하겠어요."

30년 가까이 상조금으로 8만 달러를 냈지만, 두 분 장례식 때는 고작 3만 달러만 받는다. 배보다 배꼽이 커져도 엄청 커진 상황이다. 상조회 측은 장수 감사비용으로 생각하라지만 '돈은 돈'이다.

품앗이 개념으로 시작한 상조회. 고령화 사회를 맞아 애물단지가 된 모습이다. 회원이 매달 일정액을 내 먼저 가는 사람의 장례비를 내주자는 취지는 미풍양속이다.

하지만 인명은 재천. 하늘나라에 누가 먼저 갈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상조회 가입 후 통상 1만 달러 납부금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신 회원만 '덕'을 봤다.

상조회 회원 구성비율은 초고령화가 됐다. 20~30년 전 가입 당시 기대수명을 짧게 예상한 분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장수를 누리는 분들은 '본전심리'를 호소한다.

이미 저세상 간 분들을 소환할 수도 없으니 답답함이 절절하다. 결국 화살은 상조회로 향했다.

100세 시대를 맞은 상조회는 체질변화를 얼마나 했을까. 취재 과정에서 접한 상조회 관계자들은 자포자기, 책임회피, 시치미, 억울 항변 등 반응이 다양했다. 그럼에도 20~30년 운영 노하우를 묻는 말에는 궁색함이 전부였다.

일부 상조회는 회원이 낸 돈으로 건물도 샀고, 사무국 소수 동일 인물이 수년째 현금을 매만진다. 그래도 "돈이 없다"는 말을 약속한 듯했다.

한 회원은 "살아있는 분들을 볼모로 계속 납부금만 올린다. 재정상황이 어떤지, 어떤 분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공개는 안 한다. 비영리단체를 표방하면서 자기들 잇속만 챙기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결국 상조금 초과 납부를 장수 감사비용으로 여기려면 상조회 투명성이 먼저라는 말이다. 상조를 가입하지 않아도 장례비 1만 달러 정도는 있다는 한인 시니어층의 경제력 상승이 그나마 희소식이다.

관련기사 기자의 눈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