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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법 어기느니 사업 접어라"

지난주 지인들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의류업에 종사하는 한인 사업주도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건실하게 사업체를 꾸리는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요즘 의류 경기는 정말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사업을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의 중소 업체들은 바이어들의 구매패턴 변화와 온라인 영역 확대 등으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변화를 따라 잡으려면 그만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자본도 없으니 '변칙'을 통해 버티기를 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변칙'이라는 것은 '탈법'이었다. 임금과 오버타임을 깎고, 종업원상해보험 가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노동법 위반, 탈세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라는 말이었다. 자신의 주변에도 '법대로 해서는 살 수가 없다'고 말하는 업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이면 LA시와 LA카운티 최저임금은 또 오른다. 26인 이상 고용 사업체는 12달러에서 13.25달러로, 25인 미만 작업장은 10.50달러에서 12달러가 된다. 비용 지출이 늘 것을 염려하는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의 한숨이 더욱 커질 만하다.



여기까지는 자바시장 대부분 의류·봉제업주들의 이야기와 비슷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부터는 반전이었다. 그의 입에서는 '사정이야 어떻든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을 해야 한다면, 일찌감치 접는 게 맞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종업원 임금, 상해보험, 택스 등을 제대로 다 내고도 꾸릴 수 있어야 사업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의도적이지 않은데도 탈법을 부추기는 사업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인들도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돈을 버는 '사업'을 하는 것인데, 고용주가 임금을 덜 주고 깎고 하는 것은 단가를 낮추는 원청업체들과 다름없다고 했다. 장사의 기본인 이익을 남기기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면 업종을 바꾸든지 접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업주는 '5. 2. 2. 1'이라는 말로 자신의 사업철학을 소개했다. 이익의 절반은 비즈니스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의 20%는 사업주 몫, 또 다른 20%는 종업원 몫, 그리고 최후의 10%는 커뮤니티를 위해서 써야 제대로 하는 사업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업의 모든 이익이 업주의 주머니로 들어가서는 결코 좋은 직장, 발전적인 노사관계는 이뤄질 수 없으며, 결국, 그런 사업체는 편법을 통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실제, 이 업주는 25년 넘게 의류사업을 하면서 지금도 월 40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세금보고는 원칙대로 하기에 국세청으로부터 단 한 번도 지적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노부모·자식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 사치일 리 없는 수준이다. 종업원 시간당 임금도 이미 평균 15달러 이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종업원들의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아, 일정 수준 오버타임을 하도록 권한다고 했다. 오버타임 수당은 레귤러 임금의 1.5배이니, 종업원들이 가져가는 임금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우리 회사는 20년 넘게 근무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그들과는 식구처럼 지낸다. 종업원들이 사장의 건강을 생각해 주고, 더 좋은 물건을 만들고, 좋은 값에 옷을 팔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요즘은 비교적 큰 규모의 업체들도 임금은 물론이고 보험, 식사 및 휴식시간 제공 위반 등으로 적지 않은 벌금을 부과받고 있다.

저녁자리를 파하며 그 업체 대표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혼자 돈 많이 벌어서 뭐해요. 물론, 많이 벌어서 다시 나눠 줄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처음부터 대표가 조금 덜 쓰고 직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게 더 인간적인 것 아닌가요.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요."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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