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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기] 총회 만능주의 경계해야

지난 12일 김종대 현 회장의 연임안을 가결한 OC한인회 총회의 사회자는 김 회장 자신이었다.

정관상 총회 의장은 한인회장이지만 자신의 연임안을 발의한 뒤엔 다른 이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공정성' 때문이다.

기타 안건 채택 과정은 민망했다. 통상적인 회의에서 안건의 동의와 재청이 있으면 곧바로 의결안건으로 채택된다. 상정된 안건에 대해선 토의와 의결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 의장은 재청까지 받은 안건을 의결안건으로 채택하지 않고 해당 안건을 안건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표결에 부쳤다. 부결된 안건에 대한 설명이나 토론 기회는 당연히 원천봉쇄됐다.

일부 회의 참석자들이 "이런 식의 회의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지만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당수 회의 참석자들의 소란도 문제였다. 이들은 김 회장 연임에 반대하거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듯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그만 합시다", "그런 말을 왜 해"라며 소란을 피웠다.

총회가 끝난 뒤, 많은 이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이에겐 경고, 퇴장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난 김 회장 연임에 찬성하지만 이런 소란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선 '선관위가 후보자를 내지 못하면 총회서 결정하도록 위임한다'는 정관 및 선거시행세칙 개정안이 즉석에서 발의돼 통과됐고 김 회장 연임안도 가결됐다.

선거법을 바꾸면 당대가 아니라 그 다음 대에 적용하는 것이 맞다. 지금 당장 한국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가 통과돼도 현 대통령에겐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한인회 측은 한인회장 후보가 없는 비상 사태를 맞아 특별히 취한 조치라고 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설명이지만 회장 선거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정관 및 선거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공고없이 즉석에서 변경하고 곧바로 적용했다는 점에 대해선 많은 전직 한인회장들이 "매끄럽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전직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개정안을 만들어 공고하고 열흘 뒤 총회를 재소집해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어느 단체나 정관에 없는 사안은 전례 또는 상식에 비추어 처리하게 마련이다. 혹시라도 이번 총회가 비상한 상황에선 절차가 매끄럽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례가 되지 않길 바란다.

총회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들, 심지어 김 회장 연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 중에도 총회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는 드물다. 한인회 정관에 '최고의결기구'로 명시된 총회의 권위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총회의 권위를 인정하는 만큼 역으로 향후 '총회 만능주의'가 고개를 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찬성파를 반대파보다 많이 참석하도록 하면 회의 절차나 의사 진행 방해 등에 개의치 않아도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총회의 한계다.

김 회장 연임안이 통과된 후 박진방 OC한인회 초대 회장은 "회장을 선관위가 뽑아야지 총회에서 뽑으면 여기 없는 다른 한인들이 웃는다"라며 총회의 한계를 짚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내달 출범할 26대 한인회는 물론 그 이후에 들어설 한인회도 자칫 총회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길 바란다.

특히 26대 한인회는 종합회관 리모델링, 회관 관리위원회 구성 등 중요한 사업에 직면해 있다. 각계의 의견 수렴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이사회든 총회든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임상환 / 사회부부장 선임OC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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