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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모두가 "해피 생스기빙"

노숙자 밀집 스키드로 르포
LA미션 추수감사 나눔행사
홈리스 3000여명에 무료식사
장애인·가족단위 유독 많아
한인들 노숙자 발씻기며 위로

추수감사절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400만 대도시 LA에서 곡물을 수확하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없지만, 마음은 '감사'를 되새긴다. 초기 유럽 이민자가 원주민의 도움으로 옥수수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시작한 추수감사절. LA 시민들은 '나눔'의 전통에 인색하지 않았다.

2018년 LA시 행정은 노숙자 대란 문제로 시작해 노숙자 해결책 찾기로 끝나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21일 오전 LA다운타운의 노숙자 집단거주지역인 '스키드로'가 있는 샌피드로 스트리트와 5가 LA미션 앞에는 유독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에릭 가세티 LA시장, 영화배우 케빈 하트와 미니 드라이버, 가수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인과 약 2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5가 선상 월 스트리트와 샌피드로 스트리트에서 '2018 추수감사절'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오전 9시 시작한 추수감사절 나눔 행사는 오전 11시~오후 1시 절정을 이뤘다. 평소 노숙자들만 있던 스키드로 한복판은 축제의 장이 됐다. 쓰레기 날리고 마리화나 냄새가 밴 거리는 똑같았지만 무기력 대신 '활기'가 돌았다. 경쾌한 음악 속에 사람들 얼굴이 밝았다.



LA미션은 매년 추수감사절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기업체, 독지가 도움으로 칠면조 3000파운드, 으깬 감자 700파운드, 껍질콩(Green Bean) 800파운드, 파이 600개가 노숙자와 주민에게 돌아갔다. 자원봉사자 단체는 부스를 차리고 음식을 다 먹은 이들에게 양말, 어린이 스케치북, 이불, 라면, 식음료를 선물했다. 웰스파고는 5만 달러, 한인 채스터 장씨는 1만 달러를 기부했다.

일회용 접시에 담긴 한끼 식사가 얼마나 대단하랴. 그럼에도 노숙자와 주민 3000여 명은 길게 줄을 섰다. 사지 멀쩡한 노숙자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 서너 살짜리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까지 차례를 기다렸다. 밥 한끼보다 '온정'을 기다린 듯했다.

노숙자들은 말끔한 옷차림에 신경 썼다.

스키드로를 찾은 자원봉사자가 선물과 인사를 건네자 "고마워요. 이름이 뭐예요?"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일부는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를 건넸다. 해진 청바지와 회색 셔츠 뒤로 침낭을 넣은 꾸러미를 맨 한 노숙자는 "다들 웃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각양각색의 자원봉사자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해피 생스기빙(Happy Thanksgiving)"을 반복했다. 행사장을 채운 음악처럼 모두가 밝게 웃었다.

리빙웨이커뮤니티교회 한인 10명은 노숙자 발을 씻겨줬다. 5년째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나온다는 매튜 문씨는 "남의 발을 씻겨준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다"라며 "발을 씻겨주면서 이야기 나누면 별거 아니다. 감사한 마음을 이웃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문씨의 아내 박하영씨와 친구 서지우씨도 세족식 봉사에 나섰다. 남의 발을 처음 씻겨주던 서씨는 노숙자가 시선을 피하며 어색해 하자 조용히 말을 건넸다. "불편해 하지 마세요."

배려는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따뜻하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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