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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미천(微賤)한 자식의 위대함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자신의 자식을 남에게 소개할 때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일 많이 쓰는 표현은 미천한 자식이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직 작고, 천하다는 말이니 값어치가 없다는 의미겠죠. 자식에게는 너무 심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선조들이 겸손을 미덕으로 했기에 받아들이는 사람도 진짜 미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요즘에는 부족한 자식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식을 자랑하고 다니는 것은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자식이나 부인 자랑을 팔불출이라 하여 나쁘게 표현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무튼 내가 자식을 겸손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듣는 이가 그렇게 생각할 리는 없겠죠. 그저 겸손한 말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정말 훌륭한 자식을 두었다고 칭찬하는 일도 많습니다. 표현의 진실이라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요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딸 바보.아들 바보라는 표현이 유행입니다. 자식에 푹 빠져 있는 부모를 일컫는 말인데,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랴마는 지나친 것은 언제나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뭐든지 최고로 해 주려고 하고, 모든 걸 감싸주다 보면 자식도 의존적으로 변하고 자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 나이 들어서까지 부모에게 의존할 수도 있습니다. 엄청 겁나는 일이죠.

물론 부모는 알면서도 허투루 자식을 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힘든 줄 알면서 지켜보고, 위험한 줄 알면서 그쪽으로 가게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아이는 강해질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남에게 과잉보호하지 말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내 아이에게 힘든 길을 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요? 자식 가르치는 게 제일 어렵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을 겁니다. 어떤 아이는 잘 보호해 주어 더 잘 자라나고, 어떤 아이는 지나친 보호로 비뚤어집니다. 그런데 그 차이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정답이 없습니다. 기껏 알게됐다고 하더라도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딸 바보나 아들 바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정말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딸, 내 아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다른 딸 다른 아들에게로 넓혀야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슬프지 않아야 내 아이도 슬프지 않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게 진리입니다. 그리고 늘 그게 고민이어야 합니다.

반면 정말로 자신의 자식을 모자란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런 게 어떻게 내 아들인지, 딸인지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묻기도 합니다. 주로는 남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혼잣말로 하는 경우가 많고, 부부끼리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일 심각한 경우는 자식에게 직접 말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걱정이 되어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식이 모자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조금만 생각해 봐도 부족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게 과잉보호였든 무관심이었든 간에 자식의 문제가 부모와 연결되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당연히 자식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자식이 부족할수록 힘들어 할수록 부모의 관심과 믿음, 노력과 기도가 필요할 겁니다. 자식의 부족함이 어찌 자식만의 잘못이겠습니까?

미천한 자식이지만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부모는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힘들어 할수록 더 믿어주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미천한 자식이지만 모두 우리에게는 위대한 아이들입니다. 우리가 믿어주면 더 위대해 집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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