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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이데아를 찿아서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아름다운 것들은 빨리 시든다. 장미꽃은 아름답지만 수명이 짧다. 꽃잎이 무성해 몸 가누기도 힘든 노랑색 국화를 꺾어 대나무 친 항아리에 담는다. 나는 정원의 꽃을 꺾지 않는 편이다. 병에 꽃아두면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지만 며칠 후 시들면 악취가 풍겨나오기 때문이다. 시든 꽃을 보면 원래 모습이 생각나 슬퍼진다. 꽃은 정말 아름다왔을까. 곱고 향기로운 것들이 죽으면 더 지독한 냄새를 피운다.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중 누가 더 거장인가? 빈센트 반 고흐와 피카소 중에서 누가 더 천재인가? 인문학과 자연과학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에게 유익한가?"라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비교가 되지 않는 것들은 비교할 수 없다.

'아테네학당(프레스코, 바티칸 미술관 소장)'은 라파엘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명화중의 명화로 꼽힌다. 이 그림은 진리는 인문과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르네상스 근본사상을 담고 있는데 원근법을 사용해 공간의 깊이와 거리감을 절묘하게 배치해 로마시대의 건축물의 웅장함을 담아냈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학자들이 학당에 모여 인간의 학문과 이성의 진리를 추구하고 있는데 학당의 중앙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귀한 정신을 설파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 있다. 중세 스콜라 철학 이후 지속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르네상스기에 확대된 플라토니즘과의 대비 및 조화라는 사상 동향을 상징하는 구도다. 관념세계를 대표하는 플라톤은 손으로 하늘을 가르키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팔을 올리며 과학과 자연계의 탐구를 상징하고 있다. 계단 한가운데에는 무욕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누워있고 기하학자 유클리드와 수학자 피타고라스 등 많은 제자들이 등장한다. 검은 모자를 쓰고 관중을 응시하는 사람은 라파엘로 자신이다. 화려하면서도 정결한 색감과 유연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조화, 장엄하고 수려한 건축물의 배치는 심미적인 따뜻함을 넘어 학문과 이성의 특성이 투명하게 정제된 수정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데아'는 플라톤 철학의 중심 개념이다. 이데아는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초월적인 실제를 말한다. 이데아는 육안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통찰되는 사물의 순수하고 온전한 형태다. 이데아는 인간이 감각하는 현실적 사물의 원형으로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초월적인 실체다. 플라톤은 구체적인 사물은 이데아의 모사에 지나지 않으며 존재하는 사물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일시적인데 비해 이데아는 불변하며 영구적인 속성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철학자는 사물의 본성과 원형에 대한 인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인간은 지(知)를 통해 이데아를 인식하고 변증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추상하며 어떤 특정한 대상에 대한 사랑(Eros)은 그와 유사한 형상들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지(知)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인식을 보편적인 이데아의 단계로 성숙시키고 종국에는 무지를 일깨우게 된다는 말이다.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 라파엘로는 서른일곱에 생을 마쳤는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에 숙연해 진다.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것을 보고 관념의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사람들이다. 가시적인 세계를 너머 이데아를 쫓아가는 사람들이다. 거짓을 넘어 참된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위해 영혼과 육신을 불사르는 사람들은 오늘도 이데아를 찾아 고행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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