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성순 교사의 한국어반 이야기 #4…짧지 않은 한국어 반의 하루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한국어 이중언어 반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갈까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오늘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어떤 과목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이곳에서 풀어 드리려고 한다.

저학년생의 하루는 매우 다이내믹하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쓰고 그림도 그리지만 많은 시간 일어나서 율동하고 노래하고 그룹별로 하는 프로젝트, 예술 활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한국어반의 하루 수업과정은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다.

모든 교육구가 마찬가지겠지만 하시엔다교육구는 영어·수학·과학·사회 과목의 진도계획안을 교사들에게 미리 준다. 예를 들어 오늘 영어 수업은 Unit 2, Week 2, Day 4에 가르친 내용을 커버하는 것이다. 교육국에서 주는 계획안에 따라 가르치는 것이라 교육구 산하 모든 초등학교의 킨더가튼반 선생님들은 같은 날 같은 내용을 가르치게 된다.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중언어 반 교사들은 한국어 커리큘럼까지 가르치기 때문에 다른 과목의 지도 시간이 줄어들어 더 효과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만큼 더 짐이 무겁다는 뜻이다. 한 예로 오전수업 3시간 동안 영어·수학·과학을 가르치고 오후수업 2시간 동안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한국어로 가르칠 때는 오전에 배운 영어와 수학, 과학 수업의 일부를 한국어로 가르친다. 예를 든다면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한국어로 세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거나, 동식물의 이름, 과일이나 채소 이름, 동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 등 과학 교과과정 내용을 한국어와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개념은 영어로 먼저 설명을 하고 체험시간인 '핸즈온액티비티(Hands-on Activity)'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수업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를 습득하도록 한다. 이번 주 주제가 'Shape All Around'라면 영어 수업을 마친 후 다양한 모양을 잘라서 붙이는 아트 프로젝트를 할 때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모양들을 한국어로 배우고 따라 할 수 있게 가르친다. 이렇게 정교하게 짜진 교안을 따라가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시다레인 한국어반에서는 'IKEN 온라인 한국어 커리큘럼'과 '한글이 야호'라는 프로그램을 쓰는데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있는 커리큘럼이다. 물론 교과서와 연습장도 사용하지만 노래, 율동, 동화 비디오 등을 사용하여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습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반 학부모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건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한국 노래를 부르고 차를 타고 지나갈 때 한국 간판을 읽는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를 때는 신기하게도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다고 좋아한다. 이런 노래 비디오들은 IKEN 커리큘럼 안에 포함돼 있다. IKEN 교재는 CD로 만들어져 학부모들에게도 전부 배포되어서 타인종 부모들도 집에서 항상 그 비디오를 틀어 줄 수 있어서 편하다고 한다. '한글이 야호' 커리큘럼은 한국에서 출판되어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21세기형 언어 교육의 초점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조화를 이루는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네 가지 언어 영역을 잘 조화시켜 학생들을 지도함으로써 학생들이 대화 소통이 원활하고 고차원적인 표준 한국어로 문서와 책을 자유자재로 읽고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나는 유치원에서는 듣고 말하기 부분을 강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도 정확한 표준 한국어로 의사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타인종 학생들은 사실 너무 어려운 분야이다. 전혀 집에서 사용 안 하는 언어로 자기 표현을 한다는 것은 어른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언어 능력은 스펀지 같아서 문득문득 이 아이들이 한국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에 한 타인종 학생이 손가락으로 자기 책상을 가리키며 "선생님, 여기, 여기!" 하는 것을 듣고 웃은 적이 있다. 말은 아직 못 해도 대강 알아듣고 따라 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미안해" "누구에요?" "나는 000에요" "몇 살이에요?' "다섯 살이에요" "어느 학년이에요? 유치원이에요" 등 기본적인 대화체를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자신과 가족을 소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매일 눈에 뜨이게 성장하는 우리 반 삐약이들을 보면서 학교 교육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