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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소리, "자녀의 가능성을 믿어보세요"

지난해 한국어 교육 현장을 들려준 교사들의 칼럼에 이어 이달부터는 한인 어린이들의 교육 현장소식을 들려줄 칼럼 '아이들의 소리'를 시작합니다. 칼럼니스트는 베벌리크리스천스쿨의 소냐 이 원장으로, 매달 마지막주에 연재됩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학교입학을 위해 엄마의 손을 잡고 온 4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또래보다 말도 어눌한 것 같고 나이에 비해 몸 움직임도 빠르지 못한 듯 보였다. 부모님과 상담하는 동안 아이가 장난감으로 노는 모습을 관찰했다. 아이가 놀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엄마는 "응 여기 물!" 하고 말하더니 물병을 입에 물려주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중 테이블에서 장난감이 와르르 떨어졌다. 떨어지기가 무섭게 엄마는 땅바닥에서 장난감을 급하게 주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이가 뒷마당에 있는 미끄럼틀에 올라가려 하자 엄마는 얼른 안아서 올려놔 주었다. 혼자 올라가게 한번 해보자고 하자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위험해요"라고 말했다. 2층 계단을 오르려는 아이를 엄마는 얼른 안고 올라갔다. 도대체 언제 이 자녀는 마음껏 미끄럼을 타고 계단을 올라가 보고, 말을 시원하게 해볼 수 있을까!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또 할 수 있어야 하는 나이였지만 그 아이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아이의 부모에게 4살 아이들이 할 수 있어야 하는 모든 면을 설명하고 지금부터라도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물을 요구하는 말을 정확하게 하고, 장난감을 떨어뜨렸을 때는 다 놀고난 후 직접 치우도록 가르치며 책임감을 깨닫게 했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조금씩 부축하기 시작해서 점점 직접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고, 계단도 안아서 올라가기보다 손을 잡고 오르고 내리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잘했을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아이가 얼마나 많은 재능이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매일 가르친 만큼, 아이는 매일 배운 만큼 발전해 나갔다.

또 다른 5살 된 여아는 아빠와 함께 학교에 입학했다. 모든 아빠들은 딸 바보라 했던가. 아빠 어깨에는 백 팩이, 손에는 아이의 장난감이 잔뜩 들려 있었다. 게다가 아빠는 딸을 안은 채 내려놓는 것도 망설이고 있었다. 아이를 겨우 내려놨지만 아이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아빠에게 매달렸다. 말 한마디만 하면 다 움직여 주던 아빠를 기대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도, 밥 먹는 일도 아이는 아빠가 해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5살이 됐지만 아이는 모든 것을 아빠에게 의지했다.



너무나 안타까워서 아빠, 엄마를 함께 불러 만났다. 아빠에게는 딸을 사랑하는 만큼 혼자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말했다. 아빠에게도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늘 딸의 모든 일에 함께 했기에 아빠도 단단히 결심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에 오는 아이에게는 아빠 품에 안겨 들어오지 말고 손을 잡고 걸어와서 선생님과 함께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처음엔 이런 행동이 낯설어 소극적이던 아이는 차츰 큰 소리로 자신있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나 손을 닦을 때에도 아빠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혼자서 할 수 있게 됐다. 아빠도 나중엔 딸이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 하셨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부모들이 많은 경우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독립심을 키울 기회를 뺏는 경우를 본다. 그래서 더욱 더 우리 아이들이 정말 잘 자라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귀하고 소중한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가 모든 걸 다 해주기보다는 자녀가 하나씩 터득해가면서 배워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또 사랑의 마음으로 자녀를 지켜보면서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 부모의 몫일 것이다.

소냐 이 원장 / 베벌리크리스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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