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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엄포는 '예고의 예고'…69년, 치밀한 준비로 美정찰기 격추

[조인스] 기사입력 2017/09/26 14:12

NYT "우발적이지 않은 우발적 교전 가능성"
1969년 EC-121 조기경보기 격추 사례 주목
수십 년간 미 정보당국, 당시 상황 정확히 몰라"

평양 상공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을 언급했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입에서 다시 한번 폭탄 발언이 나왔다. 이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선전포고했다”며 “미국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올려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그-21 해체해 이동, 수개월 간 치밀한 준비
레이더 안 걸리게 해수면에서 저공비행 감행
최후 가미카제식 자살 공격까지 구상
"北 강성발언은 실제 상황 대비한 안전장치"


지난 23일 괌에서 출격한 B-1B 전폭기 2대가 F-15C 전투기와 함께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동쪽 공해 상을 비행한 데 따른 경고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북미 간 갈등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우발적이지 않은 우발적인 교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1969년 닉슨 행정부 시절 북한이 미군 EC-121 조기경보기를 격추한 사건 등 과거 사례를 들었다. 주일미군 기지에서 출격한 미 해군 소속 EC-121이 평상시처럼 동해 상에서 북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군 미그-21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격추된 사건이다. 당시 EC-121에 타고 있던 미군 31명은 전원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김민규 우석대 국방학과 교수는 “미국은 어떻게 북한 전투기가 접근했는지 수십 년간 알 수 없었다”며 “북한은 수개월 간 치밀한 사전 준비 끝에 미국이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게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최신형 전투기인 미그-21을 서해안 기지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북한은 미군 정찰위성이 미그-21의 이동을 포착할 수 없도록 2대분의 기체를 완전히 분해한 뒤 동해안 기지로 운반해 조립했다.

동해안 기지에 있던 주력 전투기는 미그-15와 미그-17(미그-15 개량형). 활주로 역시 이들에 맞춰져 있어 미그-21이 상승하기엔 200m 정도 짧은 상황이었다. 결국 북한군은 부품을 최소화하고, 최후의 공격수단인 기관총까지 떼내고 공대공 미사일 1기만 장착했다. 미사일 공격이 불발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가미카제 공격처럼 기체로 돌진한다는 구상이었다.

사건 당일까지 미그-21의 출격을 감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미그-15가 비행훈련에 나섰고, 미군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그-21 2대는 미그-15 비행훈련에 편승해 출격한 뒤 EC-121의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해수면 가까이 저공비행을 감행했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고난도 기술인 만큼 오랜 연습의 결과였다. 1만m 상공에서 정찰 중이던 EC-121 아래까지 도착한 미그-21 2대는 수직 상승해 7000m 상공에 올라갈 때까지 대공 레이더도 켜지 않았다. 3000m 앞에서 발사한 미사일 중 첫 발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 미사일이 명중하면서 EC-121은 동해상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NYT는 "현재 북한의 공군 전력은 노후화됐고, 훈련량과 연료도 부족하다"며 "과거와 같은 위협적인 (군사행동을) 실행할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포린폴리시(FP)도 이날 "북한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낡은 지대공 미사일 수천 발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런 미사일로는 미사일 회피 체계 등 첨단 항전장비를 갖춘 미군 전폭기를 요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항공기로는 미군 호위 전투기를 성공적으로 상대하기 어렵다"고 FP에 밝혔다.

반면 북한의 요격 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실리 카신 러시아 고등경제학원 선임연구원은 미 군사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고고도용 방공미사일 S-75를 자체 성능개량해 실전 배치하고 있다"면서 "사거리 150㎞로 추정되는 KN-06도 2010년 초부터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 분석가들의 평가절하와 달리 위협적인 무기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단순 엄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규 교수는 “현재 북한 내부 분위기는 군사적으로 남한에 우위였던 1960년대 말처럼 비대칭전력에 대한 자신감이 팽배하다”며 “미군기를 격추해도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미국이 1950년대 이후 대량살상무기(WMD)가 없다고 확인한 지역에서만 전쟁 일으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4일(현지시간) 러시아 N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의 경우) WMD가 없다는 사실을 100% 확신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공격했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대북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명의로 첫 성명을 내는 등 최근 북한이 대미 강경론을 펴는 것은 일종의 ‘안전장치’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시대의 핵 보유를 넘어 핵 병기화 단계로 전략적 지위가 달라졌다는 자긍심이 강하다”면서 “최근 나오는 강성 발언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일종의 ‘예고의 예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예고됐기 때문에 실제 행동에 옮기더라도 위험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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