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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

폭설로 산더미같이 쌓아 놓은 눈을 청소부들이 치운다. 눈 온 날이나 그 다음날 치우는 것은 좋지만 날씨가 40도가 넘어 자연스럽게 녹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길에 쌓인 눈을 치울까 지나가는 사람마다 쓸데없이 세금 낭비한다고 한마디씩 내뱉는다. 그 이튿날 아침부터 소방차 두 대가 마주보고 기다란 막대기를 뽑아 성조기를 가운데 달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이 순찰차가 빨간불을 켜고 요란스럽게 돌아다닌다.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펴들고 읽고 있는데 경찰관 한 명이 가게에 들어왔다. 무거운 것을 운반하다가 그만 옷이 삐져졌으니 지금 바로 꿰매 달라고 주문한다. 나는 밥을 먹고 있어 조금 뒤에 오라고 했더니 급하다며 지금 해달라고 했다. 꿰매 주었더니 나에게 지불할 돈이 없었다. 2달러와 운전 면허증을 주면서 오후에 오겠다고 급하게 나갔다. 그리고 한참 후 밖을 내다보니 10블록 넘는 도로를 막아 놓아 자동차가 다닐 수 없고 많은 경관들이 거리로 모이기 시작했다. 저지시티 경관 크리스토퍼 로바투의 장례식을 거행하기 위한 준비였다. 크리스토퍼 경관은 지난주 자택에서 턴파이크를 타고 저지시티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 차를 보고 한쪽 차 상태와 운전자를 살피고 상대방 차를 점검하려고 길을 가는데 트럭이 밀어 사망했다. 27년간 저지시티에서 경관으로 근무하면서 40개의 훈장을 받은 아주 유능하고 성실한 존경받는 경관으로 부인과 3명의 아들이 있는 50살의 가장이었다.

저지시티 시장 명으로 성대한 장례식을 거행하기로 했고 오늘 'St. Aedan's Church'에서 영결식을 거행했다. 뉴저지 경관 1000여 명과 모터사이클 100여 대가 참석했고, 아이리시 밴드가 퀼트를 입고 드럼을 치면서 행진을 인도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고 힘이 든다. 이 경관도 집에서 턴파이크를 타고 저지시티로 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를 내고 추위에 떨고 있는 운전자를 보고 자기 소임을 하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다. 10블록 양쪽으로 주민들이 나와 슬픔을 함께했다. 가족들과 동료들이 걸을 때는 손으로 가슴을 다독이며 애도했다. 이렇게 위대한 장례식을 가지는 것을 저지시티에서 두 번째 목격했다.

소방관이나 경찰은 우리와 직접 마주치며 생활을 함께한다. 그리고 참으로 위험한 현실과 부딪칠 때도 있다. 그 때마다 몸 사리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보살핌과 도움을 준다. 몇 년 전 아주 위험한 사고를 봤다. 경찰이 찾아야 하는 범죄자 차를 발견하고 윙윙 위험 소리를 내면서 질주하고 있었다. 그 차는 곡예사 같이 이리저리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것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경찰차는 그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일반 운전하는 모든 사람이 다치지 않게 더 크게 소리를 내며 모든 주행 차들이 한쪽으로 정지하기를 바라고 경찰차를 운전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떠난 후에 진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생선이 놓였던 자리에서는 비린내가 진동하고 향기로운 꽃이 놓였던 자리에서는 은은한 향이 베어 나온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는 난 향처럼 은은한 향기를 풍기지만 또 어떤 이가 떠난 자리에서는 역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 재벌 회장이나 국회의원 대통령의 떠난 자리가 아쉽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유명한 사람들의 떠난 자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라." 젊은이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자리는 크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랄까 자문하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도움이 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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