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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MB 구속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

이명박 대통령의 어록 중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지겠습니까란 말이 있다. 그분을 풍자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자주 등장한다. 그분이 장로님이시니 성경 구절에서 따오셨던 것 같으나 사실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세상이 다 더러운데 누가 나를 비난할 만큼 깨끗한 자가 있느냐는 자신감에서 나온 빈정댐이랄까.

이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민족대학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잠시 발을 담갔던 대학의 동문들은 의견이 둘로 갈렸다. 우리 대학 출신도 대통령 만들어보자는 맹목적 애교심을 갖고 그분을 지지한 분들이 다수였다. 그분이 상징하는 게 결코 우리의 양심과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을 지지하지 않은 소수의 분들도 있었다.

나는 일단 그분의 인상과 목소리도 그랬지만 그분이 몸담고 있던 정당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을 맘속으로 지지해 주지 못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그 당시 선거에 별 관심을 안 가졌었고 오히려 지인이었던 에리카 김 변호사의 동생인 김경준 씨가 겪게 되는 수난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세상일이 그렇듯 그분도 김경준 씨도 모든 게 내 뇌리에서 사라져갈 무렵 대한민국에선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개혁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매번 놓쳤던 적폐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분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 처음엔 그분까지 처벌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파면 팔수록 나오는 그분의 문제를 보면서 법대로 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맞섰던 야당의 후보가 워낙 국민적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 그분이 대통령 되는 건 그분 생각대로라면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당시 그분을 지지했던 분들의 이유는 그분과 종교가 같다는 이유, 그분이 권력을 잡으면 더 잘살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경제적 기대감, 그분은 이미 가질 만큼 다 가진 분이니까 적어도 부패완 거리가 멀 거라는 기대감, 청계천 노점상에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경영인 그리고 서울 시장까지 올라섰던 그분의 인생 스토리에 감명받아서였다.

이제 그분에게 표를 던져 그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던 유권자들 중 그분에 대한 지지를 아직도 유지하는 분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속으론 아직 지지할지라도 워낙 그분이 해놓은 게 드러내 놓고 지지하기엔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못할 수도 있다.

그분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무조건 그 학교라면 성원을 보내준 동문들을 배신했다. 그분은 돈과 하나님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버렸고 신앙인의 모범이 될 것을 기대했던 교우들과 더 크게는 그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하나님을 배신했다.

그분은 그의 특유의 뚝심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좀 더 잘살아보려고 했던 국민의 소망을 저버리고 배신했다. 결국 더 지켜볼 일이지만 오직 권력을 자신과 자신 가족의 사익을 위하는 데만 써버렸다. 그 많은 돈과 권력을 얼마든지 좋은 일에 쓸 수 있었다. 아직도 배고픈 아이들도 많고 소년소녀 가장도 많다. 차라리 돈 많은 자들에게서 탈법적으로 돈을 징수한다면 그 돈을 선을 위해 썼다면 그의 집 앞엔 지금 그의 구속을 막으려고 하는 국민들의 바리케이드가 쳐졌을지도 모른다.

그분은 소위 북한 문제에 보수층인 분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정작 연평도에 북한 포탄이 떨어져도 맞고 그냥 꼼짝도 못 했다. 그분을 보면서 우리 삶을 다시 뒤 돌아본다. 우린 과연 돈의 욕심에서 자유로운가. 먹고 남을 정도의 부를 갖고도 끝없이 부를 추구하는 게 인간의 원초적 욕심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그분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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