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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세월이 약이겠지요

"어제 엄마의 장례를 마쳤다." 친구의 카톡 메시지. 나는 문자로 "수고 많이 했다.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속히 희미해 지기를 바란다" 고 했다. 친구의 엄마를 뵌 일이 없다. 친구는 어렸을 때 교회에서 만난 사이다.

친구는 KBS TV에서 이산가족 만남 프로그램을 할 때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동생이 신청을 해 엄마를 만났다. 그 후 친구는 엄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말을 몇 번 했다. 가끔 만나도 정이 가지않는다고 했다. 엄마는 세 딸과 친정엄마를 보육원에 남겨놓고 어느 날 사라졌다. 재혼을 한 것이다.

할머니(엄마의 친정엄마)는 보육원에서 돌아가셨다. 친구의 마음에 고통과 상처는 컸다. 친구는 보육원 원장을 졸라 피아노를 어느 정도 배웠다. 보육원을 지원하던 미군부대가 철수를 하고 보육원도 문을 닫았다. 친구는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형편이 비슷한 신랑을 만나 결혼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만난 재혼한 엄마는 새 남편과는 일찍 사별했다. 건강이 좋지않은 엄마는 언니의 친구 집에 머물고 있었다. 내 친구의 발은 약간의 기형이라 절고 힘이 없다. 그런데 엄마를 간병하다 힘에 부쳐 넘어지면서 입원하기도 했었다.



엄마는 치매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엄마이니…" 친구와 남편은 힘이 들었다.

6·25 이후 20대 중반이었을 친구의 엄마를 생각해 본다. 졸망졸망한 어린 세 딸과 친정 엄마, 자신의 힘으로는 부양할 능력이 없어 도망한 것일까? 보육원에서는 쉴새없이 일을 해야하고, 희망이 없어 도망한 것일까? 암울해서, 힘들어서 도망을 쳤지만 어느 곳에도 친구 엄마에게 행복은 기다리지는 않았다.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는 날씨도 좋았고 교우들의 협력으로 잘 마쳤다고 했다. 친구는 더 잘 모셨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있을 것이고, 때로는 아프고 미웠던 기억도 날 것이다. 친구가 가신 엄마의 나쁜 기억들을 속히 잊기 바란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박영혜 /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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