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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짝짝이 신발로 교회에 가다

밤새 겨울비를 머금은 촉촉한 이른 아침 공기를 가르며 아주 기분 좋게 교회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침 추위에 몸을 한껏 움츠리며 1부 예배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차에서 내려 몇 걸음을 옮기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자꾸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한쪽으로 기울며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다.

순간 평소에도 조금만 무리하면 좌골신경통 증세로 뚜벅거리는지라 예고 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나 싶었다. 그런데 좌골 쪽에 느껴지는 찌릿한 증세가 없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걷는 게 불편했다. 자세를 애써 바르게 하고 힘을 주어 몇 걸음을 더 옮겨 보았지만, 여전히 심하게 뚜벅거렸다.

다시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좌우로 고개를 돌려 양쪽 발을 살펴보았다. 같은 듯 다른 두 신발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확 들어왔다. 흑! 어찌 이럴 수가! 오른발엔 평소 즐겨 신던 높은 굽의 부츠가, 왼발엔 낮은 굽의 우리 딸 부츠가 나를 비웃듯 아주 얄밉고 태연스럽게 신겨져 있었다. 색깔과 사이즈에 별반 차이가 없는 신발인지라 한 치의 의심 없이 신자마자 차에 급하게 올라탔던 것이다. 짝짝이로 신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으로 신년감사예배를 드리게 될 줄이야.

짝짝이 신발을 신은 걸 알아챈 순간부터는 바보스러움과 창피함이 앞서기 시작했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며 나의 부끄러운 실수를 들키지 않으려고 다시 온몸에 힘을 주고 균형있게 걸으려 애썼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는 분을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날따라 왜 이렇게 본당으로 향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지. 몸만이 아니라 마음마저도 뚜벅이는 느낌이었다.



본당 앞에서 만난 권사님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그분 곁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 되도록 주변의 눈을 멀리 피할 수 있는 뒤쪽 끝 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예배 시작 전 급한 마음에 "너도 엄마처럼 짝짝이로 신고 와서 한쪽씩 바꾸자"라는 황당한 내용의 문자를 딸에게 보내고야 말았다. 그런 무지몽매한 문자를 보낸 어리석음을 자책하며 예배를 드리는데, 왜 하필 목사님께서는 그날따라 '신을 벗어라'라는 말씀을 자꾸 하시는지… 아! 마음 같아선 말씀대로 불순종이라는 짝짝이 신발을 벗어버리고 순종이라는 올바른 신발로 당장에라도 갈아 신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배 후에도 평소보다 더 잰걸음으로 서둘러 자리를 털고 나왔다.

겨우 2~3cm의 차이로도 내 몸이 그렇게 불균형한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2019년 새해를 뚜벅이 성도의 모습으로 열고야 말았지만, 늘 '균형'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2019년의 끝자락에 섰을 때는 "결심하면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타되 타지 않는 떨기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목사님의 메시지처럼 하나님 앞에 뚜벅이지 않고 바로 서는 성도가 되어 있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인현미 / 베델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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