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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개혁·쇄신 절실"

특별기고: 바티칸의 아동 성추행 관련 지도자 회의를 보며

아동 성추행은 중대한 범죄 행위
조직적 은폐 중단하고 처벌해야


바티칸 교황청에서 지난달 21~24일 4일 동안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지도자 회의가 세계 114개국의 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한 동방 전례 교회 지도자ㆍ가톨릭 남녀 수도회 대표ㆍ교황청 미성년 전문가 등 1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칠레, 호주, 독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주교와 사제 등 성직자들이 과거에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과 이를 지속적으로 은폐해 온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을 논의할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소집하게 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자리에 모인 세계 가톨릭 지도자들은 회의 첫날부터 피해자들의 사례를 듣고, 그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미성년자 보호에 실패한 가톨릭교회의 과거를 반성하는 한편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학교에서 신학생을 지도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성직자가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그리고 최근 교황이 언급한 수녀에 대한 사제의 성폭행 등 교회내 성인 성범죄 사례보다 우선적으로 아동 성폭행에 대한 의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이유는 아동들은 자신을 방어할 아무런 능력이나 방법을 갖지못한 가장 약한 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들어줄 사람이 오랫동안 교회 내에 없었다는 점을 중대한 비극적 과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례없는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은 미성년자 성추행을 비롯한 각종 성폭력의 뿌리를 찾아서 끊어야 한다는 긴급한 각성을 드러낸다. 교회 내에서 성추행 사건들이 실제로 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교계 지도자들의 미온적인 대처와 은폐의 관행이 문제를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온 것이다.

이번 바티칸 회의의 결말에 대해서 교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새롭고 충분한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중요한 점은 무언의 관행처럼 이어졌던 교계 제도 안의 조직적인 은폐를 이제 성범죄행위 자체와 동일한 중대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이고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제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무마하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온 사례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앞으로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가톨릭 교회는 1960년대 초에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이미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기본적인 인간성의 존중을 목표로 자체적인 쇄신을 결심하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이후 교회 안에는 숱한 개혁과 쇄신의 물결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조직적인 은폐의 추한 면은 분명히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오늘의 가톨릭 교회는 외부에서 볼 때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종교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롭게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과 쇄신을 거듭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설정은 교회 내 지도자들과 신자들 사이에 충분히 공감되고 일깨워지고 있다. 아동 성추행 사건은 교회가 회심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데 두려움 없이 나갈 것을 가리키는 좋은 좌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교회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제도적 기관이 아니라 스스로 복음으로 일어나 성령 안에서 건강하게 키워져야 하는 순례자들의 무리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스도의 부르심은 죄인들을 소환해서 회심의 길로 초대하는 것이다. 오늘 교회 지도자들에게 들려오는 각성의 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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