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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지식과 지혜

대체로 지식은 '배우거나 실천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지혜는 '사물의 도리나 이치를 잘 분별하는 정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불가에서 말하는 지혜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는 능력'을 말한다. 불법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고, 깨달음이란 바로 이 지혜를 말한다.

볼펜을 생각해보자. 비즈니스맨들은 볼펜을 보면서, '저게 잘 팔릴까?' 학생들은, '잘 써질까?' 아이들은,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까?'를 떠올릴 것이다. 인간은 사물이나 사안을 볼 때 철저하게 본인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한다. 상대에겐 없고 본인만 갖추고 있다고 착각하는(?) '객관적 시각'이란, 어느 작가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경기에서는 공이나 셔틀콕이 선을 벗어났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공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아웃인지 세이프인지 애매할 때가 적지 않다. A팀, B팀 각 10명이 응원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웃인지 세이프인지 애매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A팀 응원단도, B팀 응원단도 반반으로 의견이 나뉘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는 어떤가? 각 팀의 열에 아홉은 자기 팀에 유리하게 아웃과 세이프를 판정한다. 단순히 우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기 팀에 유리하게 보이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는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산 사용하는 법을, 지식 있는 사람에게는 지식 사용하는 법을,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는 권리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 삶을 풍요하게 해주는 재산과 지식, 권리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알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해만 끼칠 뿐이다.

차가 빠르고 안전하게 가게 하는 과학기술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를 정하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일지라도 객관적 시각(착 없는 마음)을 갖추지 못하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고,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면 아무리 빠르고 안전하게 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지식(실력과 경험)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기여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단, 지혜(객관적 시각)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는 인간의 지식이라는 것은 무용함을 넘어 인류사회에 해악만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불가의 입장일 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으며, 동시에 현대 인지과학의 결론이기도 하다. 최고 학벌에 판검사 출신이 즐비한 국회의원들이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안들에 대해 엉터리 판단을 하는 이유가 실력과 경험이 부족해서일까? 똑똑한 사람은 차고 넘친다. 현재 인문학이 환영을 받듯이 멀지 않은 미래에 지혜를 닦는 마음공부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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