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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 교회' 꿈꾼다"

포르토피노 호텔 부총주방장 서장혁 목사

요즘 교회는 '긴 의자 공동체'
현실적ㆍ성경적으로 변해야
예수와 제자들은 '식탁 공동체'
교회도 일주일 내내 움직여야
"대안적 교회 어설프면 안 된다"
이중직 해보니 교인들 피땀 이해



주중에는 셰프로, 주말에는 목사로 활동하는 서장혁(50)씨는 요리와 목회 활동을 하나로 잇는다. <본지 9월14일자 a-1면>

서 목사는 신학교 졸업 후 요리 업계에 무작정 뛰어 들어 7년여 만에 리돈도비치 지역 포르토피노 호텔에서 서열 두 번째인 수셰프(sous chef·부총주방장)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는 교회 사역뿐 아니라 셰프 일도 목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셰프라는 직업을 통해 서 목사가 말하고 꿈꾸는 교회의 모습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셰프와 목회자…어떻게 연결되나.



"요즘 요리를 하면서 세워둔 계획을 조금씩 진행해나가고 있다.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가게, 기업을 떠올릴때 건강하고, 좋은 모델이 될만한 곳이 많이 없어 아쉬웠다. 단순히 컵이나 쇼핑백 밑에 성경구절 써 넣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성경적 원리대로 운영되고, 운영 자체가 선교적인 모델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어떤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것보다, 교회와 세상을 서로 이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시행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

-어떤 계획인가.

"쉽게 말하면 '디너 처치(dinner church)' '레스토랑 교회' 같은 개념이다. 나는 그걸 '식탁 공동체'라고 일컫는다. 오늘날 교회는 '장의자 공동체'다. 교인들은 예배당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앞을 보고 있고, 목사는 권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다. 이제는 그런 모습을 내려놓고 좀 더 현실적이고 성경적인 교회를 추구해야 한다. 나는 예수와 제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과 말씀을 나누는데서 영감을 얻었다. 성도들이 식탁에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체험한 은혜를 나누고, 마치 대화하듯 설교도 나누는 것이다. 운영 면에서는 실제 교회 공간이 주중에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어설픈 비즈니스가 아니라 제대로,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확신이 있다. 실제 셰프로 일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오늘날 교회의 현실을 보면 주일을 제외하면 건물과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성도들의 경우는 주일과 나머지 6일이 분리된 삶을 산다. 지금은 교회가 가만히 앉아서 사람이 오는 것만을 기다리면 안 된다. 교회가 그리고 성도들은 무엇을 능동적으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선교지에만 나가지 말고, 그 자체로 '선교'가 되면 된다. 주중은 커뮤니티를 위한 공동체, 주말은 예배 공동체로 설 수 있는 7일 내내 움직이는 교회가 돼야 한다. 물론 모두가 요리를 테마로 잡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나는 내 전문 분야를 통해 요리를 여러 모델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다."

-한동안 각광받던 '카페 교회' 같은 것인가.

"이를테면 '카페'가 단순히 대안이나 수단만 되면 안 된다. 카페를 하겠다면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배우고 일하면서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한마디로 프로페셔널이 돼야 한다. 사회가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어설픈 비즈니스는 오래 못간다. 한 예로 주일 학교 사역을 보자. 요즘 아이들은 이미 교회 밖에서 양질의 콘텐츠, 문화 등을 접하며 사는 세대다. 그런데 교회는 변한 게 없다. 복음에 대한 본질을 변하지 않고 영원할지라도,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런데 교회들은 아이들 그리고 젊은층이 떠나고 있다며 걱정만 하고 있다."

-목회자의 '이중직'은 항상 논란이다.

"미국 교계는 아닌데 유독 한국 또는 한인 교계만 목사의 이중직을 색안경 끼고 본다. 나 같은 경우는 프로페셔널한 요리 세계에서 밑바닥부터 부딪혀보니 그동안 목사로서 교인들에게 얼마나 대접 받고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교인들이 내는 헌금이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피땀 흘려가며 절실하게 번 돈인가를 알게 됐다. 요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적도 많았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단련됐고, 세상을 배웠다. 책상에서만 성경을 묵상하는 게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성도들과 같이 동일하게 부대끼며 살다 보니 인생을 더 이해하게 됐다. 성경 말씀이 실제적으로 일상에 적용될 수 있어 교인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교회 건물과 제도에서 벗어나 보면 할 수 있는 사역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고 목사로서의 품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교회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예배와 실천도 절실한 시대다."

-셰프의 좋은점은.

"셰프라는 직업은 전 세계적으로 고급 경력에 속한다. 어떤 지역은 선교사나 교회 개척 같은 명분으로는 입국조차 못하는데 셰프 신분으로 신청하면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다. 웬만한 지역에 다 호텔이 있지 않나. 나 같은 경우는 프랑스 요리 전공자인데다,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까지 있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든지 가능하다. 이 직업으로 자급자족하며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자비량 선교도 할 수 있다."

-부총주방장까지 올라간 게 대단하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대단한 거다. 신학교 졸업 후 전문 기술 하나 없던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건 오직 하나님이다. 요리나 목회나 둘 다 정성이 중요하다. 그 마음을 바탕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다른 목사들도 얼마든지 목회를 하면서 충분히 세상에서 일할 수 있다. 혹시 목회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면 꼭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장혁 목사는

바이올라대학(성서학), 백석대신학대학원(목회학), 풀러신학교(문화간 연구학) 등을 졸업했다. 서울온누리교회, LA또감사선교교회를 거쳐 현재 부에나파크 지역 하나교회에서 유소년 및 문화선교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도서 출판 두란노에서 IT 본부장, 윌리엄캐리국제대학에서 강사도 역임했다. 이후 세계적인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를 졸업, 울프강 퍽(Wolfgang Puck), 가쓰야(Katsuya) 레스토랑, 셰라톤그랜드호텔, 크러스테이션 베벌리힐스(Crustacean Beverly Hills) 등의 유명 식당에서 일하다가 포르토피노 호텔의 부총주방장 자리에 올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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