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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구서 들이미니···" 421조 투자 발표한 대기업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01:13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아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재계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한 KT를 비롯해 현대차ㆍSKㆍLGㆍ신세계 등 9개 그룹이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한 달 새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만 삼성ㆍ한화ㆍGSㆍ포스코 등 5곳이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투자 규모는 향후 1~5년간 총 421조원으로 신규 채용 규모는 26만5000명에 달한다. 투자 금액은 지난해 정부 예산(약 430조원)에 달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자리도 늘었다. 국내 매출 상위 10개 기업(공기업 제외)의 직원 수는 올해 2분기 34만1086명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8274명(2.5%) 증가했다. 매출 상위 30대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조선ㆍ은행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 수를 늘렸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는 4만4648명으로 지난해보다 5.7% 늘어날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 재원을 위한 나라 살림을 꾸리는 데도 역할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에 따르면 주요 세수 항목 가운데 법인세 증가액이 7조1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들이 낸 법인세는 2016년 9조1403억원에서 2017년 15조8115억원으로 73%나 늘었다.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7.5%에서 26.7%로 높아졌다. 법인세 납부 1위인 삼성전자의 납부액은 같은 기간 2조4880억원에서 8조299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유례없는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대기업들은 계속 직원을 채용하며 고용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 기업도 보폭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주문에 맞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업을 배려하기는커녕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이미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이 이뤄진 데 이어 기업을 더 규제하는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 등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반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영 환경 변화에 기업이 대응하게 도와주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재계에서 ‘정부가 내민 청구서(정책 협조 주문)에 결제(기업의 투자ㆍ고용 계획)만 하고 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부사장은 “과거 정권에서도 기업 옥죄기는 있었지만, 기업이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 정부에서 ‘친기업 정책’으로 화답하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규제 혁신은 없고 노골적으로 기업 타깃 규제만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재계에선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나 친기업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성장 사업 육성에 필요한 걸림돌을 치워줘야 투자 계획이 빠르게 집행되고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이 원하는 법이면 다 악법이고, 가치가 없는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최근 새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찾아 “국가의 재원 조달에서 기업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며 “기업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구정모 대만 CTBC경영대 석좌교수는 "정부가 개입하는 '관'(官) 주도의 경제가 다른 형태로 살아나고 있다"며 “‘분배’를 중시하는 현 정부가 ‘성장’이라는 다른 토끼까지 잡으려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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