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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스 파맛?후렌치파이 딸기잼…상상이 현실이 되는 식품나라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6/30 19:04

재미있어야 뜬다, 식품 업계 마케팅
댓글달고 밈으로 소비하는 MZ세대
진짜?가짜 상관없어, 만우절 기획도 인기

요즘 식품 업계에선 일명 ‘도른자’ 마케팅이 화제다. 머리가 ‘돌은 자’라는 의미로 그만큼 기발하다는 뜻이다. 실제 출시될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상품들을 상상으로나마 즐길 수 있도록 콘텐트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는 좋은 반응을 얻어 실제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다. 가짜든 진짜든, 상상이든 현실이든, 재미있는 즐길 거리를 원하는 MZ(밀레니얼+Z세대) 세대가 이들의 타깃이다.




파를 넣은 시리얼로 인기 몰이 중인 농심 켈로그 '첵스 파맛'. 16년 전 이벤트에 등장했던 캐릭터가 소비자 요청으로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사진 농심 켈로그





1일 공식 출시 예정인 농심켈로그의 ‘첵스 파맛’은 초코맛 시리얼로 유명한 ‘첵스 초코’의 자매품으로 시리얼에 파를 넣은 다소 황당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탄생 배경도 화제다. 2004년 초코 첵스 리뉴얼을 기념해 시작한 투표 이벤트 ‘초코 왕국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중 한명으로 등장한 캐릭터가 바로 파맛 첵스 ‘차카’다. 파맛 시리얼이라는 황당한 캐릭터 때문에 당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고 급기야 초코 첵스인 ‘체키’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차카의 예상 외 선전에 농심켈로그 측은 중복 투표를 걸러내고 현장 투표를 추가해 초코 첵스를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시켰다. 누리꾼들은 이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농심켈로그에 파맛 첵스 출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첵스 파맛의 출시다. 약 6초가량의 짧은 홍보 영상은 6월 30일 기준 조회 수 24만회, 댓글 3000개를 기록했다. ‘16년만의 민주주의 실현’‘민주주의는 파를 먹고 자란다’ 등의 재치 있는 댓글들이 다수 달렸다. 가수 태진아의 히트곡 ‘미안 미안해’를 패러디한 ‘너무 늦게 출시해서 미안하다’ 영상 콘텐츠도 연이어 화제 몰이 중이다.



'너무 늦게 출시해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첵스 파맛 유튜브 영상. 사진 농심 켈로그





농심 켈로그의 서지혜 마케팅 차장은 “파맛 첵스는 무려 16년간 인터넷상에서 제품 출시를 요구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관심이 이어져 왔다”며 “상상 속 제품이 실제 출시됐다는 점 자체가 요즘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첵스 파맛은 현재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만우절 이벤트로 기획됐던 후렌치 파이 딸기잼이 좋은 반응을 얻어 증정용 제품으로 출시됐다. 사진 해태제과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해 만우절 이벤트로 기획됐던 해태제과의 ‘후렌치파이 딸기잼’도 현실 아이템으로 탄생했다. “후렌치파이 위에 발린 딸기잼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병에 든 딸기잼으로 출시한다”는 내용의 사진이 지난해 4월 1일 SNS에 공개됐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1년 뒤인 지난 5월 '이벤트 증정용품' 형태긴 하지만 실제 그 딸기잼이 출시됐다. SNS 게시글에는 ‘딸기잼 부분만 아껴먹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 없겠다’는 호감 섞인 반응이 많다.




밀크티 음료인 '데자와'를 바탕으로 만든 '데자와 파운데이션'. 가상이지만 반응은 뜨겁다. 사진 동아 굿즈 공식 인스타그램





동아오츠카는 가상 굿즈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가상의 굿즈 세계, 반응 좋으면 진짜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이곳에 가면 데자와 파운데이션, 데미소다 아이스크림, 포카리 스웨트 운동화 등 상상 속 제품들이 실제 상품처럼 버젓이 올라와 있다. 동아오츠카 조창현 홍보팀 과장은 “평소 올렸던 가상 굿즈 관련 게시물이 반응이 좋아 아예 가상 굿즈만 올리는 SNS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며 “MZ세대와 소통하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치 실제 있는 제품인것처럼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포카리 스웨트 운동화'. 사진 동아 굿즈 공식 인스타그램





소비자들이 새롭고 재미있는 제품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요즘의 MZ 세대는 무엇보다 재미를 가장 중시한다. 이른바 펀슈머(fun+consumer)다. 이는 재미있는 현상이나 사례를 적극적으로 퍼 나르며 공유·인증하며 즐기는 인터넷 밈(meme)문화와 연관이 크다. 실제 출시되기 어려울 만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일수록, B급에 가까울수록 인기는 올라간다. 파맛 첵스, 상추맛 바나나우유처럼 과거라면 ‘괴식’ 대접을 받았을 음식들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호감을 얻고 있다.




빙그레의 인기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빙그레의 제품을 의인화 새로운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덕분에 가상의 캐릭터도 화제다. 빙그레가 지난 2월부터 SNS에 올리고 있는 '빙그레우스 왕국' 캐릭터들이 대표적이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왕자를 주축으로 '투게더리고리' 경, '옹떼 메로나 부르장' 등 자사 제품을 의인화한 캐릭터들 덕분에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4개월 만에 4.5만명이 늘었다.



빙그레의 제품인 투게더를 의인화한 캐릭터. 사진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농심 켈로그 서지혜 차장은 MZ 세대들이 재미있는 식품 콘텐트에 열광하는 이유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는 제공한 콘텐트를 그대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다시 가공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즐긴다”며 “이 과정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놀이”라고 했다. 동아오츠카 조창현 과장은 “같은 웃음코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관심사를 나누는 커뮤니티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 성신여자대학교 이향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웃음은 가장 즉각적인 감정”이라며 “곱씹거나 음미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성향이 저렴해서 접근성이 높은 식품 카테고리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어려워진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뭐든 재미있게 만들어버리자는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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