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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죽을라”vs“특혜 안돼”…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논란 가열

김태윤
김태윤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8 19:01

정치권, 인터넷은행 은산 분리 완화 추진
정부도 규제 혁신 차원에서 완화 검토
“낡은 규제가 금융산업 발전 막아”
“인터넷은행 한해 은산 분리 풀어야”
은산 분리 완화시 인터넷은행에 대주주 탄생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인뱅 자금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7월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직진해서 (은산 분리 완화가) 국회에서 법제화되도록 뛰어보겠다.” (7월 11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넷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까지 상향하겠다.”(7월 17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


지난해 4월 출범 당시 서울 광화문에 등장한 케이뱅크 광고.[연합뉴스]

철옹성 같았던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의 벽에 균열이 생기는 것일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풀어주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며 은산 분리를 당론으로 고수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총대를 멘 모양새라 더욱 주목된다. 인터넷은행의 산파 역할을 한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챙기고 있다.

낡은 규제가 새로운 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최근 은산 분리 완화 찬성론자들의 핵심 논리다. ‘고용 쇼크’로 궁지에 몰린 청와대도 규제 혁신 차원에서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살리자고 은산 분리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또 최근의 은산 분리 완화 배경이 출범 1년을 갓 넘은 인터넷은행들의 자금난이라는 점에서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은행업 인가를 내준 금융위의 책임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입구. [연합뉴스]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의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 2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3건이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KT나 카카오 등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4%)에서 34~50%까지 허용하자는 게 골자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은산 분리 완화의 폐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금융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논리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분위기는 완화 허용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주최하며 이 문제 공론화에 앞장선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를 소관 부처로 둔 국회 정무위원장에 선출되고, 정재호 의원이 정무위 민주당 간사에 선임되면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제1야당인자유한국당은 이미 지난해 인터넷은행의 은산 분리 완화를 당론으로 정했다.

완화 찬성파의 핵심 논리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서 기존 은행들이 디지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메기 역할을 했지만, IT(정보기술) 기업의 지분이 제한돼 자본 조달이 힘들고 혁신적인 투자나 서비스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주요 주주들의 불참으로 실패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 주주사가 20개에 달하는데 주주마다 자금 사정이 달라 유상증자 등 자본 조달이 쉽지 않다”며 “과감한 의사 결정과 증자를 감당할 수 있는 대주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산 분리 규제를 풀어 지분율 10% 규정에 묶여 있는 KT가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기자본 부족으로 대출 자산 확대에 애로가 발생하는 등 지속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증자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7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토론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은산 분리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KT와 마찬가지로 카카오가 지분 10%(의결권 4%)를 보유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에 성공해 자본금을 출범 당시 3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은산 분리 완화 반대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은산 분리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케이뱅크의 자본 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 책임론이 나오는 것도 이 대목이다.

인터넷은행은 은행법에 근거해 탄생한 은행이다. 은행업을 하려면 은행법에서 규정한 인가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자본조달의 적정성이다. 은행업 경영이나 사업에 드는 자금 조달 계획에 현실성이 있는지, 추가적인 자본 조달이 가능한지 등이 통과 기준이다. 그런데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줄곧 자본을 추가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케이뱅크의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금융위의) 실질적인 심사가 부족하고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17일 성명을 통해 “은산 분리 규제 완화로 자신의 부실 행정 문제를 덮으려 하는 금융위의 후안무치한 모습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한 배경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 비교.

인터넷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보다 혁신적인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 특히 케이뱅크가 기존 시중은행의 온라인 서비스와 비교해 혁신성과 차별성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객 접점이 온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은산 분리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미약하고 역차별 성격도 있다”며 “그렇다면 기존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모두 없애고 온라인 영업만 하면 인터넷은행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금융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권고안을 통해 “계속되는 은산 분리 완화 요구로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있고, 자본금 부족 문제 등으로 시장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케이뱅크 스스로 은산 분리 완화에 기대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특례법이 자칫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대형 입법조사관은 “은산 분리 규제 완화는 결국 은행의 주인(대주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배주주가 나타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주주 관점보다는 예금주 등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는 신흥 IT 재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인 IT 회사가 망하면 은행도 부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여당 관계자는 “은산 분리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터넷은행에만 예외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인 KT나 카카오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삼성, LG가 은행 주인이 되는 것이 뭐가 다른지 논리적 설명도, 명분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출범한 인터넷은행을 죽일 수 없다는 이유로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살린다면 ‘대마불사’와 비슷한 ‘인뱅불사’(인터넷뱅크는 죽지 않는다) 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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