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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불면

임기정
둘루스 거주


아무도 없는 윗층에 인기척이 난다.
냉장고에 얼음 채워지는 소리도 난다.

세상이치로 설명이 안되는 일들은,
무시로 시공초월한
요정들의 장난쯤으로 여기면 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당신을 두고
태평양을 건너 온 것도,
눈안의 티끌처럼 불편한
당신과 키득거리며 가끔 겸상을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열시반에 잠자리에 들기는 했지만
세시에 눈떠지는 건 너무 한다.
야속한 생체시계를 탓하다가
결국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저녁 후식시간에 버림받고
갈색으로 속이 탄 사과껍질도 치웠다.

새벽 두시에 일어나 전화하던
어머니의 불면도
너끈히 이해한다.

보스톤 첫사랑과 헤어지고,
조지아 남자 만나 살다가 이혼하고,
비로소 혼자사는 앞집 밀리네
새벽 그림자도 느낌표다.
물음표가 아니라…

새벽은
내일의 설레임이나 기대보다,
어제의 상실이나 상처를
소환하는 능력이 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내 젊은 날의 둔덕 어디쯤에서
함께 날줄과 씨줄을 엮던 사람들...

몇은 어느 하늘아래서
삶의 무게에 가쁜 숨을 쉬고,
몇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서
영면할 것이다.

네시가 되어 가는데,
머리속은 말똥거리고
커피 두잔이 스펀지처럼
신장에 스며들어
화장실을 재촉한다.

꿈속 아내도 내 물내리는 소리에
요정의 장난이라 여기겠지?
육십 바라보는 늙은 요정이
범인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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