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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기업을 잡아먹는 독점 기업 출현

1903년 미국에서 개발된 모노폴리(Monopoly)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Monopoly(독점)라는 말의 뜻에서 보듯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한국의 윷놀이 비슷한 게임인데, 주로 어린아이들에게 재정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각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려 가며 부동산을 차지하고, 이 부동산을 임대해 주며 재산을 불려 나가면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다가, 모든 부동산을 독차지하여 독점을 이루면 게임이 끝난다. 아이들이 재산을 불려 나가는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독점이라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사업의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독점 행위는 죄악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에는 미국에서 거대한 독점 기업들이 생겨서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의 독점 기업의 출현은 1차 산업혁명과 깊은 관계가 있다. 철도가 생겨 철도 재벌이 생기고, 뒤를 이어 철강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철강 재벌이 나타나고, 석유가 개발되면서 석유 재벌이 등장했다. 이런 산업들은 워낙 처음부터 대규모로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점 현상이 쉽게 생긴다. 게다가 정부와 결탁하여 독점을 쉽게 이루기도 했다. 특히 철도 산업은 그랬다. 철도 재벌들은 철도가 네트워크를 이루어야 하는 특성을 이용했다. 동부에서는 밴더빌트가 대표 격으로 독점의 위력을 떨쳤고, 서부에서는 스탠퍼드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이러한 독점 기업의 대표 주자가 록펠러(John D, Rockefeller)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남들이 석유 시추에만 열중할 때 석유 정제 사업에 몰두했다.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어야 돈을 벌게 된다고 생각했다. 1870년 그는 스탠다드 오일이라는 회사를 세워 정유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그 후 그는 작은 정유 회사들이 생기기만 하면 사들여 합병하는 전략을 폈다.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매수하여 경쟁 회사들에 간섭하게 하거나 직접 경쟁 회사들에 협박을 가하여, 경쟁 회사는 꼼짝없이 회사를 록펠러에게 상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록펠러의 행위가 나중에 반독점법의 철퇴를 맞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여하튼 록펠러는 이런 방법으로 미국의 정유 산업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철강 산업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사람은 역시 ‘철강왕’이라고 부르는 카네기(Andrew Carnegie)이다. 그는 13살의 나이에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부모의 이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어려서부터 용광로 화부의 일을 하는 등 고생을 하다가 1853년에는 철도회사의 전신원이 되었다. 이때 돈을 모아 산 농장에서 석유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는 돈벼락을 맞았다. 그는 평소에 철도의 발달과 더불어 철강업이 발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1870년 석유에서 번 돈으로 그는 철강 산업에 손을 댔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철강 산업의 번영이 그의 기대처럼 금세 찾아오지 않았다.



그의 경쟁 업체들은 하나둘 철강업에서 손을 뗐지만, 카네기는 자기의 예측이 맞을 것이라고 버텼는데, 아니나 다를까 1875년부터는 철강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이때 이미 손을 뗐던 철강 업자들이 다시 철강업에 덤볐지만, 카네기를 따라잡을 수 없어 고전했다. 카네기는 고전하는 경쟁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여 철강업의 독점을 이루었다. 일설에 의하면, 카네기도 록펠러와 마찬가지로 무자비한 방법을 이용해 경쟁 기업들을 사들였다고 한다. 그는 말년에 생각을 바꾸어 J. P. 모건에게 사업을 팔고, 막대한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2500개의 도서관을 설립하는 등 사회사업에 모든 돈을 기부했다. 그가 기부한 돈을 현재로 환산하면 2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그의 막대한 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독점 기업이 여전히 있다. 물론 과거의 독점 재벌은 이미 오래전에 퇴색되었고, 현대 산업의 총아인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새로이 독점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재벌들이 그들이다. 일반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을 때까지는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막상 손해가 발생하면 후회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전에 미리 독점의 싹을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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