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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적토마’의 질주

두 살이 채 안 된 내 ‘적토마’가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웬일로 신바람이 낫는지 갑자기 속력을 내서 물찬 제비처럼 날렵하고 재빠르게 근처의 다른 말들을 모두 따돌리고 선두에 나선 것이다. 중간 지점 체크 포인트의 심판이 깃발을 흔들어 정지 신호를 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말은 4살쯤 돼야 성년이 된다니 사람으로 치면 10살이 갓 넘은 어린아이인 셈이다. 크게 야단을 치거나 나무랄 일도 아니다. 어린 나이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보아주면 된다. 그를 다루는데 서툰 나 자신을 오히려 탓할 일이다.

2년 전에 희수를 축하한다고 집사람에게서 받은 Mercedes-Benz GLA 250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년에 화려한 것이 좋다고 해서 빨간 놈을 골랐더니 차를 건네받고 며칠 후 한국에서 다니러 온 지인이 ‘적토마’라고 해서 그게 이름이 되었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이 ‘날쌘돌이’를 몰고 천방지축 세상을 누비고 다녔으리라. 시쳇말로 그 쭈쭈빵빵한 몸매며 벼락같이 내닫는 힘과 속력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적토마’를 타고 다니는 지가 2년이지만, 집 근처 가까운 곳 잔심부름하는 데 타고 나가는 일이 고작이니 주인을 잘못 만난 그에게 미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뛴 거리가 고작 3000마일도 안 된다. 얼마나 근질근질할까. 하루에 천 리(약 250마일)를 달린다는 적토마가 아닌가. 장거리를 뛰어 그 지구력을 시험해 볼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아 아깝기도 하다.

집사람도 집에 없고 혼자서 라면 끓이기도 뭣해서 제일 가까운 한국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귀가하는 길이다. 집까지 한 절반쯤 되는 거리에 있는 신호등에 멈춰 섰는데 뒤에서 푸른 경광등이 번쩍였다. “웬일이지?” 하면서 교차로를 건넜다. 우측에 있는 큰 사무실 빌딩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 윈도를 내렸다. 흑인 스테이트 트루퍼(주 경찰관)가 다가왔다. 그때까지도 내가 무슨 위반을 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왜 차를 세우라고 했는지 아나요?” 나도 알고 싶었던 의문이다. 45마일 지역에서 59마일로 달렸다는 것이다. 또 차를 왜 금방 세우지 않았느냐고도 물었다. 아마 내가 그를 알아채기 전에 한참 따라왔던 모양이다. 신호등에서 멈출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다. 운전면허증을 주니 기다리라고 하고 순찰차로 돌아갔다.

차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에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으로 부스럭거렸다. 마지막 교통 위반 딱지를 받았던 게 언제였었지? 아득한 일 같았다. 20년도 더 된 것 같다. 내가 아칸소주에서 은퇴한 후 이곳 조지아주로 이사 와서 거의 10년이 가까워 오지만, 주차 딱지 하나 받은 일이 없었다. 요즘 웬만한 속도위반은 벌금이 100달러가 넘고 500달러까지도 간다고 누구한테선가 들은 것 같았다. 14마일 이상 과속은 벌금이 두 배라던데 왜 하필 14마일 초과지?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길은 많이 다녀서 45마일 제한속도를 아는데 도대체 왜 그리 빨리 달렸을까?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곰곰 생각하다 갑자기 번개처럼 떠오른 것이 ‘적토마’의 가속페달이다. 전에 타던 차와는 다르게 ‘적토마’의 액셀러레이터가 무척 예민한 것을 잠시 깜빡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내 ‘적토마’와는 아직도 호흡이 잘 안 맞는구나. 이게 다 ‘적토마’를 자주 타서 길들이라는 충고라고 좋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옆 사이드미러로 경찰관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안정되어 위반 티켓에 사인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가 내민 것은 내 운전면허증이 아닌가. “그냥 경고만 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에 어안이 벙벙해서 말문이 막혔다. 내 입에서 뒤늦은 “땡큐”가 나왔을 때는 그는 이미 돌아서서 그의 순찰차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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