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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부두의 깡패 밴더빌트

영어로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말이 있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다’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한술 더 떠서 ‘금수저’로 주로 표현하지만, 영어에는 아직 그런 표현이 없다. 서양에는 금수저가 실제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좌우간, 얼마 전 CNN 방송의 유명 진행자인 앤더슨 쿠퍼가 밴더빌트 가문의 후손이라고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앤더슨 쿠퍼야말로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앤더슨 쿠퍼의 조상, 즉 밴더빌트 가문을 일으킨 코넬리어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본인은 은수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뉴욕 주변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힘으로 부를 긁어모아 선박왕 타이틀을, 나중에는 철도왕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밴더빌트 가문을 이루었다.

밴더빌트는 1794년에 뉴욕 교외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일설에 의하면 그의 할아버지는 네덜란드의 한 무역선의 선장이 데리고 온 노예 신분이었다. 미국에 와서 자유 신분이 된 할아버지는 없던 성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Vanderbilt’이다. ‘Van’은 영어의 ‘From’이라는 뜻이고 ‘der’는 ‘the’이고, ‘Bilt’는 그의 고향이다. 즉, Bilt라는 동네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코넬리어스 밴더빌트는 가정 형편상 많이 배우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뉴욕 허드슨강을 왕래하는 여객선에서 일했다. 억척같이 일한 그는 20대에는 부모의 돈을 빌려 독자적인 페리선을 갖게 되었다. 당시에는 여객선은 손님이 다 차야만 떠나는 관습이 있었다. 손님이 다 차지 않으면 무작정 기다렸다는 뜻이다.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손님의 처지에서 보면 답답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는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그의 여객선은 정시 운항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제도화했다.

그리고 그 제도를 특허 신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아이디어로 돈을 벌어 모든 경쟁 사업체를 사들였다. 나중에는 대형 증기선을 사들여 큰 성공을 이룬다. 파나마 운하가 아직 생기기 전이라서 미국 동부와 서부 사이에 운송하려면 남미대륙 끝을 돌아야 하는 것을 보고 그는 니카라과 지협을 이용하여 운송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비 절약 전략으로 크게 성공을 이루었다. 결국, 그는 미국 전역을 망라하는 거의 모든 증기선을 운항하는 갑부가 되었다. 이때부터의 사람들은 그를 해군 제독(Commodore)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다. 선박왕이라는 뜻이다.



1861년 남북전쟁 때에는 북군에 배를 빌려줌으로써 애국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다음 그는 철도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미 나이가 70에 이르렀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거의 모든 선박을 정리하고 그 돈을 철도 사업에 쏟아부었다. 역시 그의 현란한 사업수완으로 그는 금세 철도 산업도 장악했다. 운이 좋게도 그때 록펠러의 석유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석유를 독점적으로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해 철도 사업을 키웠다. 선박 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업체를 코너에 몰아서 헐값에 사들이는 방법을 주로 썼다. 결국 그는 미국 동부의 철도를 거의 다 장악했다.

밴더빌트는 록펠러, 카네기, 모건 등과 더불어 도금시대의 ‘날강도 귀족’으로 부른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아 부자가 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후손들이 대대로 호의호식할 정도로 돈을 모았다. 그의 손자 중 한 사람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쉬빌(Asheville)에 빌트모어(Biltmore)라는 거대한 성채를 짓기도 했다. 250칸의 방이 있다는 빌트모어는 관광의 명소로 손꼽힌다. 밴더빌트가 모은 돈의 액수는 현재의 돈 가치로 따지면 185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기부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밴더빌트도 말년에는 밴더빌트 대학교를 세우는 등 병아리 눈물만큼의 선심을 쓰기는 했다. 하기야 학교를 세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니 선심이라고 할 것도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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