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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미국은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인가


북한은 흔히 미국을 ‘미제’라고 부른다. ‘미 제국주의’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원래 ‘제국(帝國)’이라는 말은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은 분명히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님에도 북한은 미국을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국가에는 왕과 황제가 있었다. 과거에는 왕과 황제가 나라의 원수로 있으면서 나라를 다스렸다는 뜻이다. 그러면 왕과 황제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처음에는 이 세상에 왕이 통치하는 왕국만 있었다.

그러다 힘이 더 센 왕국이 다른 왕국을 점령하면서 다른 여러 왕국을 다스리게 되자 여러 왕국의 위에 존재하는 ‘슈퍼 왕’에게 붙일 칭호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슈퍼 왕을 ’황제라고 부르게 되었다.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는 결국 여러 왕국을 다스리는 나라라는 뜻이다. 좋은 예로 중국에서 진시황이 통일한 후에 황제라는 칭호를 만들어 여러 왕국을 다스리는 제도를 만들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만든 그리스 제국도 그렇고, 로마 제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황제가 있는 나라는 결국 다른 왕국 혹은 다른 민족을 점령하고 통치한다는 뜻과 어느 정도 상통된다.

이런 뜻에서 출발하여 황제의 유무와 관계없이 남의 나라를 속국으로 만들어 식민지로 삼는 것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한다.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으로의 항로를 발견한 이후에는 유럽의 나라들이 새로운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데 골몰하게 된다. 이렇게 16세기 이후에 남의 땅을 차지하여 영토를 넓히면서 식민지로 삼는 것을 ‘제국주의’라고 낙인을 찍어 부르게 되었다. 황제가 있는 나라이든 민주주의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이든 상관없이 남의 영토를 제압하여 식민지를 넓히는 국가가 바로 제국주의 국가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미국이 남의 영토를 빼앗아 미국의 영토를 넓혀 왔으며, 현재에도 그러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제국으로 부름으로써 미국이라는 나라는 남의 영토를 빼앗으려고 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데에 북한의 진짜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이 과거에는 제국주의 국가로서 행동한 것은 대부분 사실이다. 그러면 미국은 언제부터 제국주의의 대열에 끼게 되었을까. 대체로 1898년의 미국 스페인 전쟁을 그 기점으로 삼는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이미 약할 대로 약해져 종이호랑이가 된 스페인에 쉽게 이기고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 등의 영토를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았다. 같은 해에 미국은 하와이를 미국의 영토로 편입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보아, 역사가들은 미국이 이때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미 미국은 독립한 이후 수십 년 안에 벌써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1803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중부 대륙을 사들여 영토를 두 배로 넓힌 것도 그렇고, 텍사스 땅을 멕시코로부터 빼내온 것도 그렇고, 1845년에 미국 멕시코 전쟁을 일으켜 서부의 광활한 땅을 얻은 것도 결국 제국주의 국가로서 행동했다고 봐야 한다. 그 시대에는 미국만 제국주의 국가로 행동한 것은 아니고 거의 모든 강대국이 제국주의 국가였다. 나중에는 20세기에 들어서 일본도 산업화를 거쳐 강대국 대열에 끼게 되면서 한반도를 차지하면서 제국주의 국가 대열에 끼게 되었다.

그러면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도 미국이 정말로 제국주의 국가일까. 현대에는 러시아를 빼고는 남의 나라의 영토를 빼앗아 자신의 영토로 삼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세계의 이목이 두렵기도 하지만, 세계의 모든 영역이 국가로 이미 성립되어 있기 때문에 주인 없는 땅이 더는 없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이 새로운 땅을 미국의 영토로 삼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불러야 할 이유도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현대에는 강대국들이 막강한 경제력으로 약소국과 불평등한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을 신제국주의 국가라고 부른다. 만일 미국이 강력한 경제력을 무기로 약소국들을 괴롭히고 있다면 미국을 신제국주의 국가라고 불러도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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