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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환 칼럼] 나의 은퇴직장


‘벌써 은퇴하나’ 하고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 지나갔다. ‘백수가 더 바쁘다’는 유머를 이해할 듯도 하다. 오랜세월 다니던 직장을 갑작스런 감원으로 나올 때만해도 ‘아 이제 또 무얼하지, 좀더 일해야 되는데’ 하며 걱정을 하던 시간이 지금 생각하니 쓸데없는 마음고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지 않던 조기은퇴로 갑자기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니 한동안은 멍하니 ‘이래도 되나’ 싶은 시간을 보냈다. 이곳 애틀랜타로 오면서 새로운 분들과 생활하면서 같이 걸었다. 대략 일년 정도는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걸으면서 놀아도 되는건가’ 하고 내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많은분들이 ‘처음엔 다그래, 좀 지내다보면 백수도 숙달된다’고 위로를 하기도 했다.

과연 1-2년 지내다보니 제법 숙련된 직업처럼 되가기 시작한다. 어떤 분들은 집에 있으니 무료하다지만 난 매일 그냥 나홀로 바쁘기만하다. 은퇴직전 병원을 자주 들락거렸던 집사람 돌보는 시간이 최우선의 일이 되고, 그 다음은 아침에 일어나면 걷지않는 날에는 먼저 환하게 커텐을 걷어제치고 환기를 시키고, 여기저기 지저분한 것이 없나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침식사 끝내고 두번째 나만의 운동시간을 보내고 난 뒤 순서대로 머리 속에 생각해둔 일을 차근 차근 처리해나가노라면 하루가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우선 미국 생활에서는 무슨일을 시키든지 인건비가 엄청 비싸다는 사실이다. 좀 오래된 집이다보니 손을 보아도 계속 일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달에는 유튜브에서 보고 독학(?)하고, 또 아는 지인을 만나 모르는 부분을 문의하기도 해 벼르고 별렀던 아랫층 리빙룸의 마루 교체 작업을 일주일만에 모두 끝냈다. 오래된 카펫을 모두 뜯어내고 바닥청소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모두 끝내고 나니 ‘먼지투성이 카펫에서 어떻게 지냈지’ 하면서 진작할걸 겁을 먹고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카펫은 청소를 해도 먼지가 계속 나온다. ‘바닥에 먼지를 품고있나’ 싶을 정도다. 마루로 교체한 뒤 먼지를 보기 힘들어 신기하기도 했다. 다시 시간이 되면 이층도 모두 마루로 교체할 계획을 다시 계획서에 잡아 두고 있다. 다른 것보다도 내가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이 마루를 볼 때마다 흐뭇하기만 하다. 집에 있으면서 ‘이것도 못하면 안되지’ 하면서 마음 먹고 후다닥 해치우는 것이다.

엇그제는 멀쩡하던 차고문의 리모트 콘트롤이 작동되지 않았다. 아무리 아는 지식을 동원하고 유튜브에서 찿아보고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콘트롤 박스 전체를 통째 교체하는게 제일 편할듯 해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은퇴경력이 쫌 쌓이면 집관리 차관리 식구관리 등과 같은 일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나마 애견 케어 업무에서는 해방됐다. 금년 이른봄 15년을 같이하고 조용히 떠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여름모기로 관리를 소홀히 했던 뒷마당 관리하는 일이 남았다.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텃밭 뒤집어 낙엽쓸어 넣고 덮어두기, 잡초제거, 뒷울타리 뒤에 조금 더 있는 야드 철망 펜스치기 등등, 일거리가 끝없이 밀려있다. 이런 모든 일을 누군가를 시켜서 한다면 인건비가 엄청 나올 듯하다.



이런 모든 것이 ‘나의 은퇴 잡이려니’ 하고 생각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봄에는 체력단련을 위해 한국에서 학창시절 만들어 보았던 시멘트 역기를 80파운드와 30파운드, 두가지로 만들어 운동하니 큰아들이 보고는 너무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많은 독자들이 신기하다고 댓글을 올렸을 정도다. 중간 중간에 저녁시간이면 또 글쓰는 재미도 나의 취미 중 하나다. 근간에 이런저런 일로 좀 바뻐 좀 소홀했더니, 그동안에 독자가 많아진듯(?) 가끔 지인들을 만나면 요즘 글이 안보인다고 해기해준다. 신문 가져오면 제일 먼저 오피니언란에 새로운 이야기가 있나하고 보면 없어 섭섭하다는 소릴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날아갈 듯한지… 글이라고 기다려주는 독자들도 생기고….

항상 고맙고 은혜로운 마음으로 귀하고 또 귀한 남은 은퇴직장을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같이 채색해 더욱 아름답게 꾸며가는 내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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