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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칼럼] 인종 차별 대통령들


미국은 다인종 국가이다.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서류를 작성할 일이 있을 때 인종을 묻는 항목이 흔히 등장한다.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묻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때마다 누구나 인종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라는 뜻인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혹시 인종을 구별하여 인종차별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독립선언서에는 “All men are created equal”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누구나 동등하게 태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의 미국 역사에는 인종차별이 밥 먹듯 행해져 왔다. 더구나 미국의 독립 이념을 누구보다도 먼저 지켜야 하는 대통령이 인종 차별에 앞장서는 경우가 있다.

우선 시대순으로 가장 앞서는 인종 차별 대통령은 제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다. 물론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만든 사람으로서 “만인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는 말을 넣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백인과 노예를 철저하게 구분하는데 앞장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5대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다. 그는 먼로 독트린으로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하는 정책을 편 것으로 유명한데, 미국에 흑인들이 사는 것이 싫어서 흑인 노예들을 아프리카로 옮겨 ‘라이베리아’라는 나라를 만든 대통령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흑인을 싫어했다는 말이 된다.

7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장군 시절 인디언 토벌에 열을 올렸으며, 대통령이 되어서는 인디언 제거법을 만들어 동부의 인디언 서부로 쫓아낸 사람이다. 당연히 인종 차별에서 다른 사람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사람이다. 11대 제임스 대통령은 텍사스,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 와이오밍, 콜로라도, 유타, 캘리포니아 등의 영토를 멕시코로부터 빼앗아 미국이 차지하게 만든 인물로 이 과정에서 수많은 멕시코 사람들이 죽게끔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15대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노예제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여 새로 생기는 미국 영토에 노예제도를 시행하게끔 노력한 인물이다.

링컨 대통령의 뒤를 이은 17대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남북전쟁에서 패한 남부가 흑인 노예들을 차별하는 것을 도와주어 흑인 차별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필리핀을 정복하면서 많은 필리핀 사람을 학살하도록 내버려 둔 인물이다. 민족자결주의를 부르짖은 것으로 유명한 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평등주의에 앞장섰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를 지지했었다. 30대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유색 인종 지역에서 오는 이민을 봉쇄한 것을 이유로 인종 차별주의 대통령 리스트에 올랐다. 이상으로 열거한 인종 차별 대통령 중에 으뜸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아닌가 한다. 그는 노골적으로 인디언 말살 정책을 수행했으니까 말이다.



꽤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백인 우월주의 의식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국에 살다 보면 인종(Race) 또는 민족(Ethnicity)을 밝히라는 요구를 많이 받게 된다. 이렇게 인종을 밝혀야 하는 이유는 확실치는 않지만, 대부분 사람은 찜찜하게 생각하면서 이런 요구에 응할 것이다. 딱히 거부할 명분과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구분되는 인종은 대개 African American, Asian, Hispanic 혹은 Latino, Native American, Pacific Islander, White 등으로 이름표가 붙게 된다. 이것을 다시 민족별로 세분화해서 구분하면서 Koran, Japanese, Chinese 등 구체적인 민족 이름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렇게 Ethnicity를 밝히라는 요구에 나쁜 의도가 숨어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갖고 있었던 대통령들의 관점을 분석해 보면, 현재의 미국을 이룬 것이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백인이 아니면 현재의 미국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유색인종은 절대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없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설사 과거에 백인들만의 힘으로 강대한 미국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백인들이 이룬 것일 뿐이다. 현재의 백인들은 조상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설사 우수한 백인 조상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유색 인종을 차별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툭하면 백인우월주의 발언을 유치하게 입에서 쏟아내고 있는 현 대통령이 앞으로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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