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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 편지] 섹시한 민요 한 번 들어보세요

심준희
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지난 2017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Tiny Desk Concert’에 아시안 밴드로 소개되었던 한 밴드가 있다. 독특한 노래와 창법으로 음악 매니아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들은 씽씽 밴드(Ssingssing Band)다.

영국의 아델을 비롯해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와 같이 대단한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무대라는 점은 차치하고, 가장 ‘힙’한 음악가들의 무대에서 존중되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음악 지평에 씽씽 밴드가 한국의 민요를 가지고 출연했다는 점은 새삼 놀랍다.

시선을 강탈하는 의상에 화려한 가발과 짙은 화장으로 무장한 씽어 셋은 모두 메인 보컬이다. 이들과 함께 베이스와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이 밴드의 편성은 단출하다. 한국 경기민요와 서도민요 특유의 창법과 시김새가 단출한 편성에 음악적 독특함의 핵심 역할을 한다. 이들이 부르는 민요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이 불렀던 통속민요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련되고 기교적인 노래다. NPR의 전파를 탄 곡은 민요 메들리와 난봉가다. 민요 메들리는 베틀가, 오봉산타령, 한강수타령, 개구리타령으로 경기민요이다.

서울과 경기, 충청 일부 지방에서 불렸던 경기민요는 경쾌하고 서정적인 정취가 잔 농음(弄音)에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난봉가는 황해도 지역에서 주로 불렸던 대표적인 서도민요로 애수 어린 평안도 지방 노래와 달리 흥겹다. 대개 조금 느린 긴난봉가와 템포가 빠른 자진난봉가를 이어 부르고 여기에 긴 가사를 마치 랩처럼 읊조리듯 부르는 사설난봉가가 더해졌다. 서도 민요는 경기민요와 비슷한 듯하지만, 큰 소리로 길게 질러 부르다가 콧소리를 섞어 음을 흔들면서 소리를 밀고 당겨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선율의 골격이 되는 음을 화려하고 멋스럽게 하기 위해 음을 흔들거나 끌어 올리거나 내리는 등의 장식적인 표현을 한국음악에서 ‘시김새’라고 한다. 씽씽의 노래가 특별할 수 있는 그 무엇, 바로 시김새 때문이다.



씽씽의 민요에는 청중을 흡입하는 살아있는 음악으로써의 현장성이 있다. 민요란 본래 삶의 저변에서부터 생겨난 노래다. 전문적인 음악가들에 의해 세련되게 다듬어져서도 삶과 밀착되었던 본성 그대로 민요는 20세기 초반 가장 사랑받는 유행가의 하나였다. 하지만 왜곡된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민요의 현장성은 일순간에 사그라져버려 어느새 한정된 무대 위의 노래가 되었던 것이다. 씽씽은 본래 민요가 가졌던 현장 음악으로써의 가치를 NPR의 전파를 통해 살려냈다. (싸이나 BTS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한국인 뮤지션으로서 그들의 NPR 무대 동영상은 제법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여장을 하고 굿판에 섰던 박수무당에서 착안했다는 화려한 여장은 그것의 현대적 해석일지언정 파격이다. 그럼에도 씽씽의 한국적 창법과 시김새는 제대로다. 리더인 이희문이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임에도 불구하고 씽씽은 전통의 현대화라든지 대중화같은 담론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음악으로 정면 승부할 뿐이다. 서양의 복고적인 팝과 한국적 시김새가 버무려진 씽씽의 민요는 순식간에 들썩들썩 신이 나게 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재한 이곳에서 한국음악의 본질로 정면 승부한 씽씽의 섹시한 민요를 들었을 때의 ‘짜릿함’과 ‘신남’이 귀에 다시 뱅뱅 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섹시한 민요 듣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일상의 고단함이 난데없이 마음을 덮칠 때, ‘Ssingssing NPR’을 검색하고 딱 15분, 눈도 귀도 신나는 섹시한 민요로 일탈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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