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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봉의 미국에서 세자녀 키우기

중요한 건, 원칙과 절차

우리집 식구는 여섯이다. 나, 아내, 아이들 셋, 그리고 개 한 마리다. 개는 보더콜리 종으로 우리 집에 온 지 올해로 4년째다. 나는 어릴 적 개, 고양이와 같이 살았고 지금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 아이들도 동물과 함께 자라나길 바랐고 그래서 입양했다. 애들이 연년생이다 보니 가끔 부모의 관심이 부족할 때 개에게서 위안을 받곤 한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참 좋은 것 같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법. 개를 기르는 데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불편함이 큰 것도 사실이다. 여행을 마음대로 떠나기 어렵고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며 행여 사고를 치지는 않을까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있다. 특별한 훈련을 시키지 않아서 가끔 시끄럽게 짖기도 하는데 단독주택에 살아도 이웃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며칠 전 페이스북 동네 모임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아침저녁으로 짖는 개가 있는데 아는 사람이 없냐는 거다. 댓글이 달리는데, 경을 거슬리는 것도 그렇지만 한겨울에 오랜 시간 밖에 나와 있는 모양이라 걱정이라는 사람이 많다. 나아가 혹시 집주인에게 변고가 있는 게 아닌지 한 번 찾아가야겠다는 이도 있다. 참 걱정도 팔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사람간 인정이 엿보인다. 이웃 좋은 게 뭐냐는 미국 속담도 있지 않은가.

시끄럽게 짖는 개를 어찌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근처 이웃이 주인에게 한번 얘기해보는 걸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해결이 안 되면 빌리지에 신고를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법원까지 가는 절차와 방법을 얘기한다. 직접적인 비난이나 감정 섞인 언사를 삼가고 건조하게 문제와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건 참 배울만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약간 섬뜩하기도 하다. 좋은 말로 권고할 때 듣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보기 십상이겠구나.



폭설에 한파가 불었던 지난 주말 같은 경우는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 같은 미디어를 통해 주의보가 전파됐다. 일리노이에서는 매년 1-2월 반려동물을 밖에 함부로 내놨다가 소유권을 잃는 것은 물론 학대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처럼 한국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동물을 기르다 온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나 문화가 생소하게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별 수 있으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미국에선 미국식으로 동물과 살면 될 일이다.

그런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간혹 이해가 잘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동물, 특히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경우다. 몇 년 전 캠핑을 갔었는데 우리 애들 또래 아이들이 있는 친구 가족이 잠깐 들렀다. 그 집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바람에 우리 개를 잠시 차 안에 넣어놨더니 지나가던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다. 놀고 싶어하는 개를 가둬놓는 것은 잔인하다(cruel)며 나 같은 사람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단다.

초가을이라 날씨는 선선하니 좋았고 친구네는 몇 시간 있지도 않을텐데 뭐가 잔인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개 공포증이 있는 아이가 무서워하든 말든 동물이 뛰놀 권리가 우선한다는 말인가. 그 사람에게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은 차에 두어 시간 있어도 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개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가는 그 사람 뒤에 대고 당신 일이나 신경쓰라고 하긴 했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동물은 어디까지나 동물일 뿐 인간이 될 수 없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동물의 권리가 인간의 그것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캠핑장에 개를 데려와 하루 종일 차에 가둬놓는 건 미안할 노릇이니 차라리 다른 데 맡기고 오는 게 맞겠지만 손님이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한다면 몇 시간 정도 가둬두는 게 무슨 큰 문제랴.

짖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들을 위해 매일 같이 아침 일찍 산책시키고 뛰게 해주는 건 참 훌륭한 주인 노릇이다. 하지만 내 개의 행복을 위해 이웃의 달콤한 아침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개들이 짖지 않도록 통제를 할 수 없다면 입마개나 짖음 방지용 목걸이를 하는 게 맞다. 개와 인간의 권리가 충돌한다면 언제나 인간이 우선이다. 설사 그것이 내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라 생판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국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제가 동물권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거나 분쟁의 원인이 되곤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법률적 그리고 논리적으로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건 아니고 극단적 동물보호론자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 역시 기꺼이 또는 마지못해 그에 수긍한다. 결국 문제는 내 개의 권리가 모르는 타인의 그것보다 우선한다는 이기심, 그리고 남을 재단하기 좋아하는(judgemental) 마인드다.

세상 어느 곳에서든 이 두 가지는 여러가지 형태로 발현하며 갈등과 반목을 부른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이민자로서 가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원칙과 절차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근거 없이 무례에 가까운 간섭을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동물은 인간에 우선하지 않고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기르면 그만이다.

[관세사, 그레인저 재직]


봉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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