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특별기고] 오(조) 봉완, 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산

고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1월 28일 만 92세로 별세한 전 위안부였다. 14세 때 끌려가 태평양 전쟁중 일본제국주의 군대 성노예 생활을 수년간 했다. 그분은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으며, 소액의 적금 외에는 재산도 없었다.

오(조)봉완 전 교수.

오(조)봉완 전 교수.

그런 분의 유산에 대하여 말한다면, 사람들은 너무 어이 없다는 듯, 다음 같은 질문을 한다.

“유산? 무슨 유산? 어떻게 전 위안부가 유산이 있을 수가 있어? 재산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말도 안돼.”

그런 질문을 하기가 당연하다. 사실이니까. 유산이라는 것은, 주로 후손에게 물려줄 재산을 의미 하기 때문이다.



2001년 필자와 동료가 공동 집필한 위안부에 대한 최초의 학술저서 제목을 “2차 대전 위안부의 유산(Legacies of Comfort Women of World War II)”이라고 지었다고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그 후 18년이 지난 현재에는 그런 비평이 덜 하겠지만, 위안부 생존자들과 유산이라는 것은 아직도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 할머니가 남기고 가신 “유산”이 물심양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먼저 물질 부분에 대하여 살펴보자. 김복동 할머니는 알뜰하게 모은, 적금을 다 털어, 세계의 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는 일에 사용하도록 위탁했고 장학재단을 세워 가난한 젊은 여성들의 진학에 돕도록 했다. 앞으로 일본에서 정식 보상을 사후에라도 받으면, 전부를 위의 사업에 보태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그러나, 김 할머니의 유산은 비물질적인 면, 정신적이고 활동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자신의 어려운 환경에 사로 잡혀 있지 않고 극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위엄을 부여했다. 그분의 몸차림, 언행, 대인 관계 등에서는 위엄과 자신감이 마치 속에서 나오는 빛처럼 환하게 드러났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울 것 없이, 부모 슬하에서, 풍요한 가정에서, 별 고통 없이 성장한 사람들도 자신감의 부족이 문제되고 있는 이 시대에, 김 할머니와 같은 비참한 과거를 갖은 분이 얼마나, 남모르게 노력을 하였으면 그렇게 위엄 있고 자신 있게 보였을까?

그분은 자신 혼자만의 수련에 그치지 않았다. 그분은 생존 위안부 할머니 중 제일 많이, 가장 열심히, 여성권과 인권 향상 또 정의 추구에 노력해온 분 가운데 한 분이시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매주 수요일 정오 시위에도 부지런히 참석하셨었다. 이 분의 명성이 널리 퍼져, 그의 별세 뉴스는 세계적으로 보도되었다.

김 할머니의 영향이 얼마나 광대한가, 두가지 예만 들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셨고, “나비처럼 휠훨 날아 가십시오”라는 친필을 남기셨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또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김 할머니 작고에 대한 기사가 A섹션 한 면의 2/3를 차지했다. 한국 출신 최상훈 기자의 기사였다. 기사에는 사진 두 장과 김 할머니에 대한 상세한 사실, 위안부를 들려싼 복잡한 한-일 관계와 국제관계를 자세히 묘사했다.

보잘 것 없는 전 위안부가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다니?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에 자신이 겪은 일들을 처음 고백을 했을 때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인가? 이 모두 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산이 아니면 무엇인가?

[사학자 / 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 이사•고문]

*참고 자료
-.Margaret Stetz and Bonnie B.C. Oh. Eds. Legacies of Comfort Women of World War II (Armonk, NY: M.E. Sharpe, 2001).
-.노란색 나비는 위안부의 상징이다.
-.시카고 중앙일보 2019년 1월 30/31일자 1, 6면.
-.Choe Sang-hun, The New York Times (January 30, 2019), p. A22.


오(조)봉완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