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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라이트풋과 제인 번, 그리고 해롤드 워싱턴

[박춘호의 시사 분석]

2일 치러진 결선투표를 통해 로리 라이트풋 후보가 차기 시카고 시장으로 당선됐다. 라이트풋 당선자는 흑인 여성이자 동성애자로는 최초로 시카고 시장이 됐다. 전국 주요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시카고 유권자들이 라이트풋 당선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변화와 개혁이라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경쟁자였던 토니 프렉윈클 후보가 기존 정치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흑인 여성이었다면 라이트풋 당선자는 단 한번도 선출직에 당선된 적이 없었던, 기성 정치인들과는 차별되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단단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이제 그런 기대가 실제 정책과 시정 운영으로 이어져야 한다.

라이트풋 시장 당선자가 가장 먼저 접할 주요 사안으로는 주소득세법 개정, 시카고 공립 학교 위원의 선출직 전환, 레저용 마리화나 도입, 카지노 확대 등이 있다. 주요 사안들에 대해 라이트풋 당선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주, 시의원들과 협력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를 보면서 라이트풋의 시정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라이트풋 당선자는 다음주 스프링필드에 내려가 주의회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라이트풋 당선자는 1980년대 초반 당시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였던 시카고를 이끈 제인 번, 해롤드 워싱턴 전 시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번 전 시장은 1979년 시카고 최초로 여성 시장에 당선됐으며 4년 후에는 워싱턴 전 시장이 역시 최초의 흑인 시장이 된 바 있다. 두 시장의 당선이 시카고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둘에 대한 평가는 매우 상반된다. 즉 번 시장은 4년간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머신 정치의 벽에 막혀 제대로 된 시정을 펼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재선에 실패했고 이어 시장에 취임한 워싱턴 시장이 4년 내내 머신 정치와 치열하게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시장은 지금도 그렇고 당시도 그랬지만 시의회를 장악한 머신 정치와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개혁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았고 기존 정치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흑인이나 여성 등의 소수계를 위한 정치를 펼쳤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라이프풋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비록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주요 시의원들의 대거 교체됐다고는 하지만 시카고 시의회는 아직도 머신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카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고 새로운 시장으로 당선됐지만 기존 권력이 쉽사리 각종 이권과 특혜를 내놓을 지는 만무하다. 4월 2일 이전에 단 한번도 선출직에 당선된 적이 없었던 라이트풋이 처한 현재 상황이 절대 녹록하지 않다. 74%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라이트풋이 임기 초반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하지 못할 경우 워싱턴 전 시장보다는 번 전 시장의 발자취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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