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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선택의 길 앞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열대 같은 더운 공기가 후끈 느껴지던 날. 수은주 온도가 화씨 100도를 찍은 날이었다. Mccomic Place에서 길을 잃었다. 간신히 parking lot에 차를 세우고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찿아 헤메다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여곡절 끝에 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반대 방향에서 연결된 길을 찿지 못해 상대를 지천에 두고 비껴가는 어려움을 수 차례 반복했다. 나도 그랬고, 또 그도 그렇게 진땀을 흘렸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 앞에도 선택하여야 할 길들이 다가오고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늘 고민에 빠지는 우리가 아닌가. 성경에도 이스라엘 백성이 애급을 떠나 가나안 복지로 향할 때, 직선 거리로 한 달이면 도착할 거리를 30년이나 돌고 돌아, 처음 애급을 떠났던 세대들이 광야에서 다 죽고 다음세대가 되어서야 가나안에 도착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걸어가는 길 위에서 정답을 찿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욕심과 바람이 더해지면 정답은 점점 더 멀어진다. 우리가 원한 것은 꽃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따뜻한 봄날 일진데, 실제로 우리에게 부딪치는 현실은 찬바람 불고, 폭설이 내리는 한 겨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팔을 뻗어 보지만 아무도 손 잡아 주지 않는 깊은 웅덩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무기력하고 한심한 나에게 화가 났었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답답함에 곤혹스러웠다. 만약 McComic Place를 잘 아는 사람이 나와 동행 했더라면 지인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훨씬 가볍고 즐거웠으리라 생각 되어진다.

우리가 걷는 인생길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날 만드신 이의 손에 이끌리어 살아 간다면 우리는 훨씬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행여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흔들리지 않고 고난을 극복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우리에게 어두움을 물리 치는 빛으로 오고, 우리를 건지시는 강한 손으로 오기 때문이다. (시카고 문인회장0



당신 앞에서

당신 앞에서 나를 발견한 날
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지
눈물을 흘리다 웃기도 했지
나의 바닥을 보며 부끄럽기도 했지
큰 당신 앞에서 나는 보았지
위로부터 내리는 은총
눈같이 내 빈 잔에 쌓이고 있었지

당신 앞에서 나를 발견한 날
벅찬 기쁨 안에 있었지
피었다 지는 꽃 같이 허망한 인생길
부서지는 파도 같이 잡을 수 없는 날
귀하다 하시며 손 내미는 당신
소나기처럼 굳은 맘 적시고 있었지
당신 앞에서 나를 발견한 날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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