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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북한강이 보이는 언덕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보다 먼저 눈을 떴다. 13층 창문의 커텐을 펼치니 창경궁이 보이는 북촌의 새벽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경이로운 산등성이의 부드러운 곡선 위로 태양이 불그스레 머리를 들고, 느린 걸음의 아침이 저만치 다가오고 있다.

창가에 앉아 지난 한국 방문을 뒤돌아 본다. 이번 문학기행을 통해 기억에 남는 곳을 말하라면 그 중 북한강 자락을 마주한 작업장과 서호 갤러리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양평의 황순원 문학촌, 일명 소나기마을(촌장 김종회 문학평론가)을 관람한 후 점심시간을 빌어 이곳까지 동행한 디자인 문화운동에 앞장선 서기흔 교수의 작업장을 찿았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다 경사진 좁은 산자락을 오르다 마주한 그의 2층 작업장이 눈에 들어왔다. 잘 가꾼 정원, 돌계단, 등 굽은 소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일, 이층이 모자라 뒤에 따로 마련한 창고에까지 꽉 채워진 그의 작품을 보니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 많은 작업들을 언제 다했니?" "정말 열심히 했어." 아직도 변치 않은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가 정겹게 다가 왔다. 그는 또 하나의 꿈을 향해 이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어쩌면 세계 최초의 소통하는 ‘Dog Gallery’가 이 친구의 손으로 지어질 것을 확신한다. 서울 가는 길에 꼭 들러가라는 공예가 홍정주의 전화를 받고 그가 운영하는 서호 갤러리로 향했다. 북한강 두물머리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갤러리에서 우린 어린아이들처럼 행복했다.

소풍 온 아이들처럼 삼삼오오 사진도 찍고, 차도 마시고, 이층 레스토랑에서 직접 구운 피자도 먹고, 그림처럼 자리잡은 야외 조각품들도 구경하면서 여행의 피로가 저절로 치유되는 것 같았다. 갤러리 옆엔 실존하는 한옥의 일부를 옮겨와 새로 지었다는 한옥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친근하고 따뜻한 친구의 배려는 족히 일행을 편안하고 행복한 분위기로 이끌어주었다.



이제는 떠날 시간, 북한강에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했다. 마라토너가 마지막 구간을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듯,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다 또 만나자.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 차창을 가리고 안으로 안으로 그리움이 되어 흐른다. (시카고 문인회장)

북한강

강줄기를 뒤로하고
비가 뿌린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기쁨이 가득해서
더 담아낼 수 없을 때
비로 뿌리나 보다
부끄럽게도 난 몰랐다
행복이 넘치면
슬픔의 강으로 만나는 것을
몇칠 몇밤의 뒤척임이 아닌
셈 할 수 없는 긴 시간
그 옷을 벗고
낮은 곳으로 흐르다 보면
매듭의 뭉퉁그려진 자리
선명한 이름으로 피어
바람이 만지고 간 자리마다
마음을 쓸어내는
너의 소리가 된다
강이 더 깊어야 만나는
두물머리
우리도 더 깊어져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의 창가엔
어느새 다시 그리움
눈을 들면 멀어지는 북한강
차라리 눈을 감는다

강줄기를 뒤로하고
비가 뿌린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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